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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링이 킬링될라’…불황에 ‘시댁ㆍ친정 휴가’ 늘었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1. 신혼 1년차 부부 김소영(30ㆍ가명) 씨는 최근 여름 휴가지 선정을 앞두고 남편의 제안에 고민에 빠졌다. 남편이 김 씨에게 “우리 집으로 ‘힐링(healing)’을 하러 가자”고 한 것이다. 김 씨는 “남편에겐 ‘힐링’이 될 수 있겠지만 내겐 자칫 ‘킬링(killing)’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신혼이라 시부모님도 계속 얼굴을 보고 싶어 하시니 이번 한 번만 꾹 참고 가볼까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2. ‘워킹맘’ 박지혜(33ㆍ가명) 씨는 오는 14일 임시 공휴일 전 남편과 함께 시댁을 찾을 예정이다. 2박3일간의 휴가를 떠나기 전 두살 난 아이를 시댁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박 씨는 “시부모님께서 처음엔 아이를 봐주기 꺼려하셨지만 남편이 ‘오랜만에 둘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설득해 결국 맡아주기로 하셨다”고 했다.
사진=123RF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오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며 상당수 국민들이 사흘간의 짧은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기간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14일 하루동안 민자도로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여행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적잖다. 

이런 가운데 2박3일의 짧은 휴가를 부모님 댁에서 보내겠단 젊은 부부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부모님 댁에서 휴가를 보내는 부부들은 대개 20~30대의 젊은 부부들이다.

크게 경제난ㆍ자녀 육아 등의 이중고에서 해방되려는 ‘실속파’와 부모 혹은 배우자의 강요를 이기지 못한 ‘갈등파’ 등으로 나뉜다.

10년차 주부 이모(38ㆍ여) 씨는 대표적인 ‘갈등파’다.

3년 전까지 시댁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는 이 씨는 “남들은 휴가라고 쉬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지만 난 외려 보통 때보다 더 많은 식구들을 챙겨야 하니 명절 만큼 휴가도 달갑지 않았다”면서 “명절 때 느끼는 스트레스를 휴가 때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다보니 남편과의 갈등도 적잖았다. 이 씨는 “결혼 전에는 불효자에 가까웠던 남자가 결혼 후엔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며 내게도 효도를 강요하더라”면서 “남편과 해마다 이 문제로 다퉜고 결국 더는 시댁과 휴가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부모님에게 빌붙어 자녀를 떠맡기거나 경비를 아끼며 휴가를 나는 부부들도 있다. 불황이 낳은 또다른 풍속도다. 

자영업자 김모(33) 씨는 “불경기라 장사도 안 되고, 애도 어려 부모님을 설득해 같이 경포대 해수욕장을 다녀왔다”며 “솔직히 부모님께서 여행경비를 부담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어느 한 쪽의 의견만을 강요한다면 부부갈등, 고부갈등 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조언했다.

예컨대 ‘갈등파’ 부부의 경우 짧은 휴가는 부모님과 함께 보내지 않고, 긴 휴가 때만 하루 다녀온 뒤 나머지 기간은 가족끼리 보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게 원칙으로 자리잡는다면 며느리로서의 책무도 다 하면서 남편의 얼굴도 서고, 두 가정이 분리되면서도 서로 만날 수 있는 지점까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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