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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저 멤버로 신당 차려지면 좋겠다”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고(故) 박상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한 병원의 장례식장에 여야 정치인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야권 인사들은 물론, 황우여 교육부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여권의 주요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발인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북적이던 조문객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정계 은퇴 선언 이후 강진의 토굴에서 칩거 중이던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이 빈소를 찾았다. 

분향을 마친 손 전 고문은 빈소에 와 있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자리한 테이블에 동석했다. 한 때 옛 한나라당에 함께 몸을 담고 있었던 ‘어제의 동지’들인 만큼 어색함은 없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동석한 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이 때 함께 자리하고 있던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손 대표 있지, 유 대표 있지. 여기 신당 창당 해도 되겠네”라며 농을 던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중도신당’ 창당론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 전 국회의장의 한마디는 단순한 농담으로 흘려 들을 수 없었다. 

손 전 고문은 신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질문을 좀 좋은 질문을 해야지”라며 확대 해석을 극구 경계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기사화되자 여론, 특히 중도층 지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거대 양당이 여와 야, 진보와 보수라는 양 극단으로 갈라져 대립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과 실망감이 뜻하지 않는 곳에서 분출된 것이다.

청와대와 ‘신(新)밀월’ 이후 당 내 중도우파의 목소리가 실종된 새누리당과 친노 패권주의 논란 속에 지역ㆍ계파 갈등으로 분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듯 하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새누리당이 40%대, 새정치연합이 2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도저도 아닌 무당층또는 중도층이 어림잡아 30%가 넘는다는 뜻이다.

“저 멤버로 신당이 차려지면 좋겠다”는 한 포털사이트의 댓글은 이 같은 중도층 민심을 대변해주는 듯 하다.

‘중도신당’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반응을 보인 중도층의 갈증을 내년 총선에서 여야가 얼마나 해소해 줄지 의문이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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