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외부인사 향해 아직도…‘계파낙인’ 찍는 새정치
손혜원 홍보위원장에 비하 글
박지원, “손혜원은 ‘문빠’” 논란
손 “개의치 않는다” 통큰 반응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에 대해 “손 위원장은 ‘문빠(문재인빠)’라고 생각했다”고 적어 논란이 예상된다. 손 위원장은 소주 ‘참이슬’, ‘처음처럼’ 등을 작명(作名)한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로 한 달여전 영입됐다. ‘빠’는 특정인에게 심하게 빠져 타인에게 불쾌감이나 피해를 주는 사람을 비하해서 부르는 속어다.

새정치연합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계파 정치를 해소하기는커녕 불을 지피는 행태가 중진 의원으로서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특히 손 위원장이 갖고 있는 설득의 기술을 치켜세우면서도 사석에서 나눈 대화를 여과없이 공개해 대중(大衆)이 손 위원장을 깎아내릴 여지도 만들었다.새정치연합은 그간 외부영입 인사를 상대로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라는 식으로 계파 낙인을 찍는 모습을 보여왔다.

박 의원은 원고지 4장 분량의 글에서 우선 손 위원장을 칭찬했다. 그간 3차례 만나 총 3시간여 대화를 나눈 결과를 풀어놓은 것이다. 박 의원은 “손혜원! 새정치에 새 사람이 와서 새롭게 당을 만들고 있다”며 “저는 그 분을 좋아하고 소위 ‘필’이 꽂혔다”고 했다.

또 “그 분은 역시 프로답게 당당하게, 간결하면서도 알기 쉽게 대화를 이끌고 불필요한 군살을 붙이지 않는 말솜씨에 제가 압도당했다”며 “제 말을 경청하면서도 당신의 결론대로 끌고 가는 선수였다. 설득의 기술도 탄복했다”고 했다. 여기까진 문제될 게 없지만, 이후 문장은 손 위원장 개인적인 부(富)와 정치성향에 관한 얘기를 전하는데 할애했다. 박 의원은 손 위원장에 대해 “브랜드 네이밍으로 돈도 많이 벌었지만, 지금은 무수입자이고, 통영시와 일하며 나전칠기에 매료돼 17세기부터 현대작품까지 70억원에 구매해 (자신이) 소유한 빌딩에 나전칠기 개인 박물관을 소유하고 계신다”고 소개했다.

이어“(손 위원장이) 시계 얘길 하다가 차고 있는 시계가 7000만원짜리, 시계 콜렉터(수집가)로 30여개 가지고 있다니 20억원? ‘당에서는 땡전 한 잎 안 받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 왔노라’고 차분하게 말씀하시더군요”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아울러 한 여성잡지 인터뷰를 근거로 ▷손혜원 위원장의 남편이 고 김근태 의원의 친구라는 점 ▷문재인 대표의 부인과 중ㆍ고교 동기, 친구이지만 이와 관계없이 새정치연합행을 택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손 위원장이 진행하고 있는 당 주요 인사들의 ‘셀프디스(self+disrespectㆍ자아비판)’ 캠페인과 관련, “‘박지원을 디스하세요’라고 말하면서 ‘세상이 변했으니 문재인을 도우라고 한다’”며 “저는 문재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니 실망스런 표정으로 꼭 두분이 손잡으라 강요? 당신의 정치계획도 거침없이 설파했다”고 적었다. 글의 말미에 그는 “저는 손혜원 위원장을 좋아하고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며 “손 위원장님! 제 글이 잘못이라도 어차피 알려지니 그냥 이해하세요”라고 썼다.

박 의원의 이런 글에 대해 손 위원장은 의외로 통큰 반응을 보였다. 손 위원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박 의원과 지난 월요일에 식사를 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표의 부족한 점 등을 이야기하시길래 ‘선배로서 껴안아 주시라’고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했다. ‘문빠’라고 지목된 것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 나는 그런 논란과 상관없이 내가 할 일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이같은 외부인사 ‘낙인 찍기’는 여러차례 있었다. 안병욱 윤리심판원장, 강철규 유능한경제정당위원장,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영입할 때도 계파 논란이 일었다. 안병욱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진실화해위원장에 임명됐고, 19대 총선 당시 한명숙 체제의 민주통합당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심사위원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친노’논란이 일었다.

강철규 위원장도 참여정부 때 12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했다는 이유로,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운동권 출신으로 고 김근태 의원과 가까웠다는 이유로 ‘범친노’로 묶였다. 이들은 모두 4ㆍ29 재보선 이후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이른바 ‘구원투수’로 영입된 외부인사들이다. 당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외부 전문가에게 SOS를 보내놓고는 정작 계파로 낙인 찍으며 운신의 폭을 좁히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삼고초려 끝에 당의 제안을 수락한 한 외부인사는 “친한 의원이 계파 논란이 있을 거라며 만류하길래 당이 제안을 몇차례 거절했지만 맡아줄 사람이 없다고 부탁을 해서 결국 수락했다. 그런데 와서 보니 권한만 위임했을 뿐 시스템은 전혀 갖추지 않아 난감한 상황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홍성원ㆍ박수진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