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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희롱’ ‘성매매’ 교사에 관대한 교육부 징계기준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서울 A 공립고 남성 교사 여러 명이 학생과 여교사를 1년 넘게 성추행, 성희롱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 성범죄가 계속되는 까닭은 교사 성범죄에 대한 교육부의 징계기준이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성범죄 징계기준을 엄격히 설정해야 함에도, 일부 성범죄에 대한 징계기준이 가해 교사들에게 상당히 관대하게 정해져 있고, 기준 자체도 애매모호한 문구로 구성되어 있는 탓에 성범죄 교사가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4일 교사의 징계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교육부령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현재 교육부는 ‘징계기준’ 7번 ‘품위유지의무 위반’ 항목에서 교육공무원(교사 등)의 성범죄를 총 5가지로 나누고 각각에 대한 징계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 징계기준에 의거해 교육공무원징계위원회(징계위)가 성범죄 교사에 대한 징계수준을 결정한다.

5가지 성범죄 가운데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에 대한 성매매’, ‘성폭력(강간, 강제추행 등)’,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등 3가지는 비위의 정도와 상관없이 해당 교사가 무조건 파면 또는 해임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2가지인 ‘성희롱’, ‘성매매’에 대한 징계다.

먼저 ‘성희롱’을 살펴보면 ‘비위(성희롱)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가해 교사는 파면 또는 해임을 당할 일이 없다. 웬만한 수준의 성희롱이라면 성희롱 사실이 확인됐다고 해도 가해 교사는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징계위가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할 경우 가해 교사는 정직, 감봉 처분조차 받지 않고 경고성 통보인 견책 처분만 받고 곧바로 학생들 앞에 설 수도 있다.

‘성매매’도 비교적 약한 처벌을 받는다. 징계위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혹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파면, 해임을 당하지 않고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다.

‘성희롱’, ‘성매매’가 약한 징계가 내려지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이 두 가지는 강제추행 같은 ‘성폭력’보다 약한 수준의 성범죄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징계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관계자는 “성희롱, 성매매는 판단이 애매하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고려해 다른 성범죄와 차등을 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본인이 싫은데도 성매매 업소를 찾을 때도 있고, 성희롱 역시 성희롱인지 여부를 판가름하기 어려운데 이를 무조건 파면, 해임되도록 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교육공무원 징계기준은 올해 4월 9일 개정됐는데 이는 현재 다른 국가공무원이 성범죄를 저지렀을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징계기준”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육부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수준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성희롱, 성매매에 대한 징계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은 우리 사회의 나쁜 통념이 반영된 결과”라며 “성폭력 상담 일을 하다보면 성추행이든 성희롱이든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또 비위, 과실의 정도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부 징계기준을 보면 비위의 정도와 과실에 따라 징계가 결정된다. 그런데 그 문구가 ‘비위의 정도가 약하다 혹은 심하다. 경과실이다 혹은 중과실이다’처럼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징계위원들 나름의 판단에 따라 징계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흐르거나, ‘안으로 굽는 팔’처럼 같은 교육공무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감쌀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성희롱’, ‘성매매’에 약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성추행, 강간 등 큰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작은 범죄가 큰 범죄로 발전하도록 방치하는 ‘깨진 유리창 이론’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작은 범죄를 관대하게 대하면 점점 대담하게 큰 범죄로 발전될 가능성이 많은데 성범죄도 마찬가지라”며 “성범죄 유형을 과도하게 여러 개로 나누어 처벌하는 것 자체가 성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여러차례 있었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2010∼2014년 성추행 등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초ㆍ중ㆍ고 교사는 총 230명인데, 이 가운데 가르치는 학생들과 같은 연령대인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교사가 106명으로 거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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