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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전역 원스톱 법률서비스…공룡로펌 등장은 위기이자 기회
글로벌 로펌 한국상륙 본격화
#. 콜롬비아에서 광산 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중견 건설업체 A사는 제련소 전력 공급용 발전소 시공사인 미국계 B사와 갈등을 빚었다. B사가 공사기한을 맞추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그러나 B사는 A사가 불량 장비를 공급했다고 맞섰고 두 회사는 결국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A사는 고민 끝에 세계 최대 로펌 ‘베이커앤맥킨지’ 국내 합작사무소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 대형로펌과 비용상 큰 차이가 없고 국제적인 ‘이름값’에서 더 앞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법무부가 4일 국회에 제출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으로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이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하는 길이 열림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 중 하나다. 합작법무법인도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업무범위가 제외된 일부 한국법을 빼면 사실상 전 세계법에 대해 자문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법률소비자 입장에선 원스톱 서비스를 받게 되고 국내 로펌ㆍ변호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켠에선 법률시장 방어에 실패해 토종 로펌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

▶외국계 ‘공룡로펌’ 등장?…위기 vs 기회=이번 3단계 개방안으로 외국계 공룡로펌이 탄생해 중소로펌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법률시장 개방 이후 10년도 안 돼 상위 10개 토종로펌 중 8곳이 외국계에 합병된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 개정안이 합작 참여 외국 로펌의 지분율 및 의결권을 49% 이하로 제한하고, 송무 및 대정부기관 업무, 공증, 노무, 지식재산권, 상속 등의 국내법 업무는 합작법무법인의 업무범위에서 제외함에 따라 국내 로펌을 위한 안전장치를 상당부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해외 유수 로펌의 선진 법률서비스를 손쉽게 이용 가능해졌다는 장점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국제관습법과 외국법 자문이 필요한 기업 소비자들이 원스톱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

특히 국제중재 사건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하지 않은 외국변호사가 국내에 일시 입국해 국제중재사건을 대리한 뒤 바로 출국하는 이른바 ‘플라이인ㆍ플라이아웃’ 관행을 합법화해 향후 많은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합작, 毒일까 藥일까…로펌들 ‘촉각’=대형로펌들은 이번 3단계 개방안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해외 전문 인력을 충원하며 외국 로펌들과 업무 제휴하는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5대 로펌 중 한 곳의 관계자는 “현재 합작을 논의하고 있진 않다”며 “외국 로펌과 장기간 협업을 해왔고 전문분야 인재 채용 등에 힘써왔기 때문에 해외 유수 로펌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대형로펌도 있다. 중국ㆍ동남아에 진출한 한 대형로펌 측은 “중동 지역에서 한국 기업의 건설ㆍ개발사업 관련 자문 사건이 급증해 두바이에 추가로 사무소를 열었다”고 밝혔다.

중소로펌 중에선 합작법무법인을 성장 기회로 보는 곳도 생기고 있다. 외국 대형로펌과 업무 제휴를 추진 중으로 알려진 한 중형로펌 관계자는 “최근 양국 간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대형 로펌과 업무 제휴를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브랜드ㆍ마케팅은 공동이지만 각자 업무에 제한적 책임을 지는 유한회사 형태 구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청년변호사 다 죽는다” vs “능력있는 변호사 기회 확대”=이번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이 청년변호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두고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 합작법무법인 쏠림 현상이 심화돼 청년변호사들이나 중소로펌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질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상대적으로 외국어에 능통한 로스쿨 출신 젊은 변호사들에겐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열렸다는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로스쿨 출신 한 변호사는 “합작법무법인이 설립될 경우 외국계 로펌의 사건처리 노하우도 배우고 앞으로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틈틈이 미국 변호사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몇몇 중소형 로펌의 경우 시장 개방에 대비해 영어와 독일어 등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신입 변호사와 사무직원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진출을 앞둔 외국계 로펌의 한국 변호사 고용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강승연ㆍ김진원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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