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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통장개설 하는데…거주지증명 하라?
대포통장 차단위해 요건 강화…‘개설목적 확인제’ 도입 시행
각종 증명서등 요구 예사…급여통장땐 재직증명서 필수
그럼 알바생·취준생은?…고객불편은 ‘나 몰라라’



#. 취업준비생 김수영(가명ㆍ28) 씨는 은행에 통장을 만들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은행 창구 직원은 ‘어떤 목적으로 쓸 통장인지’를 가장 먼저 물었다. 용돈 관리 목적이라고 말하자 직원은 금융사기 피해가 심각해져 통장개설에 규제가 강화됐다며 공과금 고지서를 떼어 와서 거주지 증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대포통장으로 이용할 게 아닌데 범죄에 쓸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니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사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통장개설 목적 증명을 강화하는 절차를 만들어 시행중이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가 급증하자 금융 당국과 은행들은 대포통장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켠에선 각 은행들이 제시한 ‘통장개설목적 확인 제도’가 시민들을 ‘각종 증명서 떼기’로 떠밀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피싱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 건수는 크게 늘었다. 2012년 3만3496건에서 2013년 3만8437건, 2014년 4만4705건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 금액도 2012년 1154억에서 지난해는 2165억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거의 모든 은행들에서는 자체적으로 통장개설 목적 증명을 강화하는 절차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급여통장이라면 명함ㆍ재직증명서ㆍ소득증빙서류로 직장인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아르바이트생이면 고용주 사업자등록증이나 근로계약서, 단순 입출금통장이라면 공과금이나 관리비 이체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식이다. 거래목적이 불분명할 경우 신규계좌 개설 자체를 제한해 대포통장으로 사용되는 것을 애초에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고객들이 신분증만 들고 은행을 찾았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서는 일이 잦아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알바생이나 취업준비생처럼 고정 수입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엔 통장을 만들지도 못하냐는 푸념도 나온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소비자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드는 조치”라며 “금융 당국이나 은행의 감독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빌미로 아파트 관리비를 이체한다든지 적금을 들으라든지 하는 방식으로 부수거래를 유도하는 은행이 있어 간혹 소비자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 당국은 시민의 불편은 인정하지만, 투명한 금융거래 문화를 위해 이같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관계자는 “저축을 장려하면서 통장을 많이 만들어주던 시대가 지나고 자금세탁이나 피싱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라며 “전세계적으로 예금계좌 개설이 엄격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꼭 필요한 계좌만 만들어서 잘 쓰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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