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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일제 암흑기의 ‘낭만자객’, 하정우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하정우(37)가 일제 암흑기의 ‘낭만 자객’으로 돌아왔다. ‘암살’(감독 최동훈ㆍ제작 ㈜케이퍼필름)의 하정우는 파격적인 ‘스킨 헤드’(‘군도: 민란의 시대’)와 세 아이의 아버지(‘허삼관’) 캐릭터에 가려졌던 ‘남자’의 매력을 한풀 듯 뽐낸다. 무채색 정장 차림에 무표정한 얼굴로 총구를 겨눌 때는 멋스러움이 말 그대로 ‘폭발’한다.

앞서 ‘허삼관’에서 감독 겸 배우로 나섰던 하정우는, 이번엔 홀가분하게 메가폰을 내려놨다. 오롯이 배우로 카메라 앞에 다시 선 그는, 베테랑 배우의 내공에 연출자로서의 경험까지 더해져 한층 깊어진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십분 공감했고, 무심결에 감독에게서 엿보이는 노련함이나 배려 등에 더 크게 감동했다. 

“‘허삼관’ 일정을 끝내고 하루 쉬고 상해로 건너갔어요. 저만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준비가 늦어졌는데, 최동훈 감독님이 무거운 마음을 많이 덜어주셨어요. 상해 스케줄도 제 분량을 최대한 뒤로 미뤄주시고 배려를 많이 해주셨죠. 이 영화를 생각하면 감독님에 대한 고마움 밖에 없어요.”

극 중 하정우가 맡은 역할은 이름조차 낭만적이다. ‘하와이 피스톨’. “캐릭터의 반은 이름”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하정우의 마음에도 쏙 드는 이름. 본디 청부살인업자이지만, 일제 강점기의 엄혹한 시대상과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는 독립군을 마주하며 감화되는 인물이다.

“‘하와이 피스톨’이란 인물은 낭만과 여유가 있다는 게 매력이었어요. 저와 오달수 외에 다른 인물들은 다 무겁잖아요. 극 중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이라고 이해했죠. 정해진 분량 안에서 캐릭터를 충분히 표현한다는 게 쉽진 않았어요. 주어진 드라마 안에서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 최동훈 감독님과는 첫 작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디렉션을 잘 받아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암살’에선 하와이 피스톨 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살아 펄떡이며 존재감을 뽐낸다. 등장인물이 많은 영화의 경우, 정해진 러닝타임에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려내지 못하면 자칫 ‘병풍’으로 낭비되는 인물들이 생기기도 한다. ‘암살’의 경우 중심 인물 6명은 물론이고, 의열단 김원봉(조승우 분),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분), 일본군 사령관 가와구치(박병은 분) 등 주변인들도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정우 역시 이 점에 고개를 끄덕이며 “최동훈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의 이야기를 흘려 듣는 법이 없다. 사람을 좋아하고 배우들을 좋아하는 분이기 때문에, 그 점이 영화와 캐릭터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여느 배우들과는 달리, 연기자와 연출자의 그 어디쯤에 서 있는 듯 했다. 아니, 양쪽 모두에 서서 현장을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연출을 두 번 해보니까 감독님들이 뭘 원하는 지 조금 더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고 해도 변수가 많은 작업이기 때문에 순간 ‘멘붕’이 올 수 있거든요. 그걸 알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기다려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예전보다 커진 것 같아요.”

지금은 ‘배우’라는 타이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이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포부도 꾸준히 펼쳐나갈 계획이다. 그렇다면 ‘감독’ 하정우의 세 번째 작품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세 번째 작품은 규모를 줄여서 ‘롤러코스터’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최동훈 감독님처럼 큰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소화하는 걸 보면, 후배 입장에선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제가 세 번째 작품을 연출하게 된다면, 경영이 형(이경영)을 출연시키고 싶어요. 너무 멋있지 않아요? 10㎏만 빼면 나라를 구할 것 같은데…(웃음)”

ham@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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