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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문과 김무성…‘난 아니야’ 손사래 치는 두 잠룡의 만남
[헤럴드경제=김상수ㆍ김기훈 기자]반기문과 김무성. 외교관으로 정치인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인물이지만 하나 닮은 게 있다.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힌다는 점. 본인은 이를 부인한다는 것까지 닮았다.

미국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만났다. 역시나 현실정치에는 둘 다 운을 떼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난 이날과 그로부터 2년 뒤인 2017년 말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두 사람은 어떤 운명으로 다시 마주칠까.

반 사무총장은 31일(한국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방미 중인 김 대표의 예방을 받고 45분간 면담했다. 이들은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 장착 등을 논의했다. 반 총장은 “분단 70주년인 올해 한반도 상황이 개선되길 기대하며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 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두도록 총장께서 노력해달라”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과 관련, 김 대표 측은 “국내 정치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차기 대선에 쏠린 시선을 의식한 선 긋기다.

반 총장과 김 대표는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힌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과 당 대표라는 상징성이 그만큼 강하다. 만에 하나 반 총장이 정치에 입문한다 하더라도 동반자일지, 경쟁자일지조차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는 반 총장이다.

김 대표는 이번에도 또 다시 대권에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뉴욕에서 특파원과 간담회를 갖고 “나 스스로는 대권 주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거하는 시점에)국민이 소망하는 것과 맞아야 하는데 나한테 그런 기회가 오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수 우파 정당인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이 가장 우선이며, 내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다음 문제”라고 했다.

최근 김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권이 뜻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5월에는 대한민국헌정회 정책포럼 특강에서 “70살 넘어서까지 정치할 뜻은 없다. 나 스스로 대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올해가 65살인데 정치 마감을 준비해야 한다”며 “70살 넘기기 전에 정치할 뜻이 없고 대권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반 총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방한한 자리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8년 반 동안 재직하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을 둔 적이 없다”며 “국내 정치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방한한 유엔 대표부 대사 역시 반 총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 “반 총장을 자주 뵙고 들은 바에 따르면 정치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 총장이 이제 업적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에 다른 고려사항이 있는 것처럼 비치면 여러 노력에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말까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업적을 정리할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대표나 반 총장 모두 ‘현재로는’ 대권 주자임을 부인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권은 하늘이 선택해주는 것”이라며 허리를 낮추고, 반 총장은 “남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먼저”라고 말한다. 역으로 국민이 선택해준다면, 또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난다면 그 이후까지 닫아두진 않는 셈이다.

이날의 만남이 2년 뒤, 19대 대선에서 어떤 의미로 재평가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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