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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지나치게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직무대리 김정배ㆍ이하 국현)은 현재 덕수궁관과 서울관 2곳에서 3개의 광복 70주년 기념 전시를 진행 중이다. 덕수궁관에서는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전과 ‘한국근대미술 소장품’전을, 이어 서울관에서는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전을 열었다.

그동안 수장고에 묵혀 뒀던 국현의 소장품들이 한꺼번에 전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서울관 전시의 경우 작가 110여명의 작품 270점이 전시장에 나왔는데, 이 중 75% 이상이 국현 소장품이다. 
이수억, ‘6.25동란’, 1954, 123x189.5, 캔버스에 유채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분명 흥미롭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월북화가 이쾌대를 재조명한 것이나, 상업 화랑에서 보기 힘들었던 오윤, 신학철, 이종구 등 민중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대중 앞에 다시 선보인 것이 그렇다.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화 원로들의 단색화 이전 시기인 1960년대 작품들이 나와 있는 것도 재밌다. 정창섭의 민족기록화 ‘경제건설’(1977), 백남준의 ‘이태백’(1988)이 처음 공개된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런데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 서울관 전시가 그렇다. 광복에 즈음해 애국심 고취를 위한 미술 정치판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린다 해도, 전시 그 자체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이종구, ‘대지-모내기, 여름, 가을, 겨울’, 1997~1998, 206X146X(4)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먼저 전시 공간 구성. 작품 수가 너무 많다. 각각으로도 의미있는 작품들이 위 아래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마치 경매나 아트페어에 내놓은 물건들처럼 보인다. 한 작품을 오롯이 감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바로 옆, 위아래 붙은 작품들이 시선을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전시는 지하 1층부터 시작되는데 첫번째 섹션에 해당하는 ‘소란스러운’에서는 복층형 공간에 철조망으로 된 가벽을 세웠다. 이 가벽에 박수근, 권영우, 최영림의 작품들이 손이 뻗어도 닿지 않을 높은 위치에 걸려 있다. 발돋움을 하고 고개를 뒤로 젖혀 보아도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데, 액자 유리에 조명까지 반사된다. ‘뜨거운’ 섹션을 차려놓은 공간은 아예 저 위에 붙은 그림이 무엇인지 식별이 불가하다. 
최정화, ‘내일의 꽃’, 2015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각 섹션에 나와 있는 작품들의 선별 기준도 모호하다. 국현 측의 설명에 따르면 소란스러운(1부)은 전후의 삶, 뜨거운(2부)은 1960~1980년대 산업화ㆍ도시화ㆍ 민주화, 넘치는(3부)은 세계화 된 동시대 변화무쌍한 삶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작품들 중에는 키워드와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있다. 밥상 9개에 밥공기, 접시 등을 쌓아 올린 최정화 작가의 ‘꽃의 향연(2015)’이 1부 공간에, 알루미늄 파이프에 채색을 한 홍승혜의 ‘파편(2008)’이 2부 공간에 있다. 설득력이 한참 떨어진다. 키워드를 구분해 놓은 탓에 되레 혼란만 가중된다.

이번 서울관 전시의 디자인은 설치미술가 최정화 씨가 맡았다. 현재 국현 서울관의 학예사 숫자는 40명. 이 많은 학예사들은 무얼 하고 작가 한 명이 전시 디자인을 맡았는지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번 전시는 국내 한 일간지와 공동 주최로 돼 있다. 국현이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는 없는 내용이다. 과거 덕수궁관 ‘명화를 만나다(2013)’전이나 ‘조르조 모란디(2014)’도 각각 국내 언론사들과 공동 주최한 바 있다. 국현 측 설명에 따르면 “홍보ㆍ마케팅을 함께 할 파트너”다.

소장품이 대부분인 전시에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너무 쉽게 홍보 마케팅을 하려던 건 아니었을까. 국현은 전시 이후 이 언론사에 ‘투자 대비’ 수익을 배분할 예정이다.

전시에 얽힌 문제들을 애써 외면하고 인내심을 갖는다면 볼 만하다. 또 입장권 4000원만 내면 국현의 모든 전시들을 관람할 수 있다. 24세 이하, 65세 이상, 대학생은 무료다. 게다가 미술관은 시원하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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