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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례대표, 너 누구냐?…“늘려야” vs “줄여야” 논란 중심에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비례대표가 뜨겁다. 의원정수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똥은 비례대표로 번졌다. 의원 수를 늘리자는 목소리도, 동결하자는 주장도 결국 비례대표와 맞물려 있다.

논란을 단순화하면, 선거구 개편 및 지역구ㆍ비례대표 의원 수 비율에 맞춰 비례대표 수를 늘리거나, 혹은 전체 의원 수 유지를 우선 과제로 삼아 비례대표 수를 줄이거나, 선택의 기로다. 다시 말해, 비례대표가 정치개혁의 핵심이라는 명분론과, 비례대표가 본래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크다는 현실론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공방은 더 뜨겁다.

비례대표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선거제도로, 세계적으로 보면 소선거구제에서 널리 쓰이는 제도다. 승자독식 구조에서 발생하는 사표(死票)를 최소화하고 유권자의 정당 선호도를 최대한 보장해준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자연스레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를 유도한다. 

비례대표제는 긴 역사만큼 방식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정당만 투표하는 정당 명부식과, 정당 및 비례대표 후보자까지 선택하는 개방형 정당 명부식, 정당이 아닌 후보자 득표수에 비례해 의석수를 나누는 단기이양식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정치사에 비례대표가 처음 도입된 건 1963년 ‘전국구’ 개념이 도입되면서다. 하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비례대표 의원 전원을 지명하고 쿠데타 공신을 위한 ‘보상’로 활용되면서 비례대표란 이름이 무색하다시피 했다.

현 선거제도 기틀은 1988년 이후부터다. 소선거구제ㆍ비례대표제 시스템을 만들어 그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 2004년 총선부터 지역구 후보자ㆍ정당에게 한 표씩 투표하는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개정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계에선 오래 전부터 비례대표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소선구제의 사표 폐해를 보완하고 의원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가 대표적이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출신의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의 김용익 의원 등은 최근 대정부 질문에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 정부를 당혹케 했다.

당시 이들 의원은 여야 구분 없이 “환자 격리 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진 폐쇄 전까지 정부 지침이 없었다(문정림 의원)”, “재채기를 하면 3.5m까지 비말이 날아가는 것으로 안다. 공기감염에 준하는 전파경로 가능성까지 대응하는 게 방역의 원칙이다(김용익 의원)” 등 전문성을 앞세워 정부를 질타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등도 경제통으로 발탁된 비례대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나 장하나 의원 등은 청년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이주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도 비례대표의 취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명분상으론 비례대표 확대를 부정하기 어렵지만, 현실적으론 상황이 좀 다르다. 원래 취지와 달리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무작정 비례대표를 늘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비례대표 공천헌금 논란이 대표적이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도 2012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2008년에는 당시 친박연대가 공천헌금을 받은 사건이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이어지기도 했다. 비례대표가 오히려 의원직의 암거래를 부추기고, 계파 문화를 공고히 한다는 우려다.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전문성을 활용한 입법 활동보다는 재선에 몰두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 국회 내 비례대표는 좀처럼 여의도에서 만나기 어렵다. 일찌감치 내년 출마 지역구를 찍어두고 총선 준비에 들어간 탓이다. 지역 기반이 없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적으로 남들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생리다. 새누리당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이미 대부분 비례대표가 내년 지역구 관리에 들어간 상태”라며 “주말은 당연하고 평일 대부분도 지역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구 인구 편차를 2대1로 조절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분구(分區)가 유력한 지역은 다수 비례대표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존 지역구 현역 의원과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재선을 노릴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 서울 강서 갑, 경기 김포, 인천 연수구 등 수도권 다수 지역이 유력한 분구 예상 지역이고, 부산 해운대구 등도 이미 다수의 후보자가 분구를 앞두고 공식ㆍ비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9월 예정된 조기 국정감사도 문제다. 예년 같으면 비례대표가 가장 빛을 발할 시기지만, 임기 말 조기 국감은 상황이 다르다. 당장 지역구 물색 및 관리가 시급하니 국감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내년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는 비례대표 의원의 한 보좌관은 “올해 국감을 통해 새롭게 조명 받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시기도 촉박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준비에 소홀한 게 사실”이라며 “특히 당장 재선이 시급한 비례대표 입장에선 더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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