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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혼다(자동차), 포시즌즈(호텔)... 이들이 ‘비즈니스 전용기’ 사업에 뛰어든 까닭은?
-30년간 투자해 탄생한 ‘혼다젯’...8월 출시 앞두고 100대 예약
-빌리어네어의 기호 만족시킬 ‘비즈니스 젯’ 시장...새로운 성공 전략으로
-텍사스 석유 재벌부터 최고급 호텔 포시즌즈까지 ‘전용기’ 시장 진출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윤현종ㆍ김현일 기자] 빠르면 2021년, 현재 비행 속도보다 두 배 빠른 ‘비즈니스 젯(business jet)’이 출시된다. 12명이 탈 수 있는 이 비행기는 시속 2000㎞. 이 정도 속도라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 도쿄까지 6시간 12분이면 도착한다. 예상가는 1억1000만 달러(1300억원)이지만, 가격은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 빌리어네어들의 위시리스트에 오를 전망이다. 이미 예약금을 지불한 부호도 있다.

초음속 비즈니스 전용기를 제작에 나선 곳은 미국의 항공 스타트업 에리온(Aerion)과 에어버스다. 이들은 공동으로 비즈니스젯 ‘에리온 AS2’ 개발에 나서고 있다. 보잉과 더불어 전세계 빅2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를 모르는 이는 없을테지만, 에리온의 이름은 낯설다. 그러나 에리온의 창업자는 빌리어네어들 사이에선 낯선 이가 아니다.

에리온은 텍사스의 석유재벌 로버트 바스(Robert Bass)가 투자한 벤처 기업이다. 1948년생으로 일흔을 코 앞에 둔 자산 27억 달러의 바스 회장은 상속자이기도 하지만 투자자로 알려져있다. 그가 굳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모험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바스는 전용기(private jet) 스타트업 에리온을 세우고, 곧이어 슈퍼 소닉 비즈니스젯을 출시했다. 초음속 항공기의 단점인 소음과 연료손실을 보완하는 기술도 갖췄다. ‘에리온 AS2’ 개발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에리온이 아닌, 그들의 기술을 탐낸 거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였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틸 그룹(Teal Group)’은 최근 비즈니스 젯 시장의 성장에 대해 “세계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간항공산업보다는 개인 슈퍼리치의 수요를 촉진시키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숫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미항공기제조자협회(GAMA)에 따르면 지난해 비즈니스 항공기 수주건수가 전년대비 6.5% 급증했다. 현 수주건수는 총 2400대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4300대에는 못 미치지만 조만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할 만큼 성공한’ 부호들이 비즈니스 전용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호들의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가 새로운 성공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 부호의 까탈스런 기호나 취향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이는 부호 그 자신이다.

일본의 혼다 자동차가 30년간 추진해온 비즈니스 젯 사업 역시 부호이자 창업주였던 고(故)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의 오랜 숙원에서 나왔다. 혼다는 창사 67년만의 ‘혼다젯(HondaJet)’을 성공시키며 항공기 산업에 진출했다. 8월 11일부터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데뷔하는 이 비즈니스 젯은 최대 7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항속거리는 1900㎞로 길지 않지만, 엔진을 날개에 탑재한 덕에 공기 저항이 덜해 속도가 빠르단 평가다. 가격 역시 450만 달러 선으로 타 비즈니스 젯보다 저렴하다.

혼다 소이치로 창업주는 회사 엠블럼을 날개 모양으로 할만큼 이 사업에 애정을 보여왔다. 그가 혼다젯 개발에 착수한 때는 1986년으로, 당시 미시시피주립대 라스펫비행연구소에서 근무하던 28살 청년 후지노 미치마사(藤野道格)를 영입해 사업을 시작했다. 후지노는 현재 혼다에어크래프트 사장이다.

지난해에만 항공기 연구개발에 53억 달러를 투입한 혼다는 마침내 창업주의 꿈을 이뤘다. 현재 혼다젯 주문량은 100대 이상 쌓였다.

30년간 이어진 미래에 대한 무모한 도전은 일본 항공계의 새 시작을 열 전망이다. 일본은 보잉과 에어버스에 부품과 자재를 납품하긴 했지만, 민간 항공기를 제작한 적은 없다. 혼다가 상업용 비행기 개발에 포문을 연 셈이다.후지노 사장은 “장기적으로 혼다의 성장기를 20년, 심지어 50년으로 본다. 그 정도 버티기 위해서는 미래에 투자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개인 전용기를 미래 산업으로 보고 뛰어든 곳은 또 있다. 최고급 호텔 체인 ‘포시즌즈’다. 포시즌즈는 하늘에서도 호텔과 같은
전용기 서비스를 제공하며 멋지고 안락한 여행에 대한 부호들의 기호를 만족시키고 있다. 

포시즌즈가 미국 LA와 인도의 타지마할과 뭄바이,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등 세계 9개 여행지에서 제공하는 전용기 이용 서비스료는 인당 10~14만 달러의 비용으로, 한화 1억원이 넘는다. 포시즌즈 전용기 내부는 가죽 침대 시트로 이뤄져있으며, 승무원들의 유니폼도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것을 따랐다. 호텔 셰프가 동행해 돔 페리뇽 샴페인과 캐비어 등 포시즌즈 호텔 내 레스토랑과 다름 없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현재 포시즌즈의 지분 47.5%를 가진 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이끄는 킹덤홀딩스로, 알 왈리드 왕자 역시 총자산 320억 달러의 빌리어네어이자 가장 호화로운 전용기 A380의 주인이기도 하다.

자동차, 호텔, 석유 부호까지 전용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위기를 느낀 이들은 종전 항공 부호다. 특히 중동 왕가들이 주요 지분을 갖고 있는 국영 항공들의 움직임이 긴박하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Etihad)는 지난해 3개의 방으로 구성된 ‘더 레지던스(The Residence)’석을 선보였다. 이 항공사의 최대 지분은 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이다. 총 자산 300억 달러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자산 규모는 알 수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일가가 가진 항공사답게 더 레지던스 석의 서비스는 일등석 위의 일등석 개념이다.

에어버스의 A380기종에 제공되며, 비행 내내 전용 셰프와 개인 집사가 따른다. 슈퍼 요트나 전용기에서 누릴 수 있는 안락함 이상의 서비스를 노렸다. 쇼파의 가죽은 페라리 자동차의 가죽과 같은 것을 사용했고, 침실의 침대 시트는 이집트의 최고급 면으로 만들어졌다. 뉴욕의 방 3개 아파트를 본따 만든 이 더 레지던스 석의 가격은 2명 기준 4만3000달러(약 5000만원) 정도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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