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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슈퍼리치들의 전용기를 빌려 드립니다”…공유에서 임대까지 ‘다시 뜨는’ 전용기 산업
-힙합 가수 제이지, 모바일앱 기반 항공기 중개업체에 잇단 수백억 투자
-슈퍼리치 전용기 산업의 성장 잠재력 무궁무진
-전용기 중개업체가 향후 비지니스 항공기 산업의 대세 될 듯
-차량중개업체 우버도, 칸영화제에서 우버젯 운영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ㆍ김현일 기자]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보스턴으로 가야한다. 항공기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우선 일반적인 방법이다.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우리 돈으로 20만원 정도의 편도요금을 지불하고 비행기표를 산다. 공항에 도착해 탑승 수속을 밟고 공항 검색대 등을 통과하는 시간은 두 시간 남짓. 뉴욕-보스턴 운항시간은 약 1시간20분. 총 3시간 넘게 걸린다.

또 다른 방법. 요금은 비싸지만 시간을 벌 수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 비즈니스 항공기 중개앱에서 뉴욕발 보스턴행 항공기를 검색해 예약한다. 요금은 150만원. 예약은 10초만에 끝났다. 차를 몰고 해당 항공기 옆에 세운 뒤 탑승해 곧바로 이륙한다. 따로 마련된 전용기 터미널을 이용한 덕분에 검색시간은 몇 분 걸리지 않았다. 예약에서 탑승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부호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하고 기내에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도 아깝다고 느낀다. 이런 부호들의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는 수단이 있다. 바로 전용기이다. 전용기는 일반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정기선과 다르게 운항허가가 비교적 간단해 당장 오늘이라도 출발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공항에도 이착륙이 가능한 데다 전용 터미널을 이용해 통관과 검색시간도 짧다. 기내에서는 회의나 업무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당 수백억원에 이르는 전용기를 선뜻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전용기는 말 그대로 진짜 선택된 사람만이 타는 항공기였다.

미국 유명 힙합 가수 제이지(Jay Z)도 전용기를 타는 특별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해외 투어공연에 나설 때면 전용 항공기를 탄다. 아내 비욘세에게 선물받은 비지니스 제트기 ‘봄바디어 챌린저 850’를 2012년부터 이용했다. 4000만달러(한화 약 470억원)를 호가하는 이 제트기는 19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내부에는 거실과 주방, 침실, 욕실 2개까지 갖추고 있다.

돈냄새 잘맡는 프로듀서 제이지는 전용기의 편안함만 즐기지 않았다. 이용해보고선 비즈니스 항공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 당시 ‘하늘 위의 우버’라 불리는 자가용 비행기 중개앱 ‘블랙젯’(Blackjet)이 막 등장한 시기였다. 제이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3년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블랙젯에 3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는 최근에는 또 다른 전용기 중개앱 젯스마터(JetSmarter)에 투자자 여러 명과 함께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제이지는 세계 대중문화계의 가장 성공적인 투자가로 평가받다. 래퍼에서 출발했지만 음반회사ㆍ의류ㆍ연예기획사 등 각종 사업에 투자를 통해 자산을 6억5000만달러까지 불려왔다. 그는 비즈니스 항공기 산업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억만장자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 동남아의 부호들부터, 미국의 젊은 IT부호들까지 전용기를 타야할 부자들의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고가의 비즈니스 항공기를 구매하지는 않는다. 전미항공기제조자협회(GAMA)에 따르면 전 세계 비즈니스항공기 연간 판매량은 2008년 1300대를 넘어선 이후 점차 감소해, 지난해 7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결국 부유층의 전용기 수요가 항공기 임대ㆍ공유 시장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용기를 중개하는 업체가 최근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항공기를 단 한 대도 소유하고 않지만 자가용 비행기를 소유한 사람과 여행 한 번에 수천만원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부유층 고객을 이어주고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아직 이용요금은 비싼 편이다. 기종과 거리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적어도 연간 회원료 1000만원을 내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경량 제트기종 ‘호커400XP’를 이용해 뉴욕에서 출발하는 보스턴 편도 항공운임총액은 회원의 경우 150달러, 비회원은 1300달러 정도다. 그래도 크건 작건 비행기를 한대 사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사실 해외에선 이미 십여년 전부터 전용기 임대사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잦은 해외 출장으로 바쁜 사업가와 유명 운동선수, 할리우드 배우와 팝스타들이 연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회원료를 지불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전용기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넷젯(NetJet)과 젯스위트(JetSuite)는 대표적인 회원제 임대서비스 업체다. 이들 업체가 최근 등장한 항공기 중개업체와 다른 점은 직접 전용기 수백여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6년에 설립된 넷젯은 회원제 임대 서비스를 도입한 첫 업체이다. 넷젯의 회원권을 보유해 전용기를 수시로 이용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방법이었다. 넷젯은 이후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해 유명세를 탔다. 넷젯은 현재 경량 제트기를 포함해 항공기 65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최대 신발 온라인 쇼핑몰인 자포스의 창업자 토니 셰이(Tony Hsieh)도 2011년 700만달러를 젯스위트에 투자했다. 젯스위트 역시 넷젯과 유사한 임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경험으로 토니는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렸고, 전용기 산업의 성장 잠재력도 높이 평가했다.

향후 이 시장의 대세는 전용기 중개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승객과 차량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전 세계에 ‘우버 제국’을 세운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 우버 창업자까지 항공기 중개 시장에 진출한 것을 보면, 이 산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우버는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대당 6490유로(한화 약 840만원)에 파리부터 니스까지 비지니스 항공기를 연결하는 서비스 ‘우버젯’(UberJet)을 내놨다. 올해 열린 칸 영화제에서는 헬리콥터 중개 서비스인 ‘우버콥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용고객은 칸영화제에 참석하는 영화배우나 부유층 관람객이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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