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나 수많은 난관을 딛고 일어선 유럽의 베스트셀러 작가 알렉상드르 줄리앵의 저서 ‘인간이라는 직업’(문학동네)은 시시각각 몸을 통해 고통을 인식해온 삶 속에서 건져 올린 인간 이해의 정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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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직업/알렉상드르 줄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문학동네 |
다양한 학문과 과학이 인간 존재의 미스터리를 풀어내지만 더 알 수 없는 것이 돼가는 역설 속에서 줄리앵의 숙고는 삶의 진실의 한 면을 보여준다. 줄리앵은 탐색의 대상인 인간을 직업이란 틀 속에서 바라본다. 일터에서 일하면서 어리버리한 수습기간을 거치고 몸과 마음이 전투를 벌이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과 같다고 본 것이다. 그에 따르면, 그 일터는 근본적으로는 고통스럽다. 자기 몫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바닥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닥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와 기쁨이 있고, 딛고 일어섰을 때 알게 되는 존재의 비밀이 있다. 줄리앵은 이를 ‘고통을 통한 앎’이라고 말한다. 그가 타고난 육체의 비정상은 삶의 기술을 습득하는데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장애인에게 서서 본다는 건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인식의 충격을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매일은 전투이지만 기쁨의 축제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걸을 수 있다는 것의 가치, 말한다는 것의 기쁨, 어렵게나마 치약 뚜껑을 열 수 있는 행복, 기차에 올라탈 수 있는 행복을 식물인간 덕분에 가늠하게 된다.”
고통을 통한 그의 발견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통을 그대로 인정하기다. “비극을 부정하려 진을 빼거나 결핍을 지워버리고 피치 못할 고통 곁을 그냥 지나치느니 차라리 불완전한 점들을 그대로 지닌 채 이 세상을 살아가라”고 권한다. 고통은 두려워하면 할수록 점점 더 괴로워진다는 것. “그래서 내 삶의 먼지를 탈탈 털어내고 모든 집착을 벗고 매일매일, 매번의 숨과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작가가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단어는 개별성이다. ‘장애인=불행한 사람’이라는 식의 판단의 고정성에서 벗어나 개개인 속에 있는 신비를 포착하는 것이다.
작가는 5년 전, 유럽에서 우연히 ‘선’에 대한 라디오 방송을 들은 것을 계기로 그 방송에 출연한 예수회 신부이자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인 서명원씨를 스승으로 삼아 한국에 와 불교와 가톨릭 수행을 함께 하고 있다. 고통에 대한 이해는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