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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더독’은 애니 업계의 운명 걸린 작품”
“‘인사이드 아웃’요? 보면서 창피했어요”

“‘인사이드 아웃’을 너무 재밌게 봤어요. 보면서 창피하기도 했어요. 한국의 장편, 3D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어떤 미래를 그리면서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고 있나 반성도 했죠.”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성윤 감독의 얼굴이 그늘졌다. 오 감독은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인프라가 기형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사이드 아웃’의 경우 어린이보다 청소년이나 성인 관객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의 창작 애니메이션은 대부분이 시장이 큰 유아용 콘텐츠에 몰려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작가적 성향을 띤 성인 애니메이션으로 연령대가 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 타깃의 ‘허리’가 없는 것이다. 오 감독은 “한국에 ‘인사이드 아웃’의 시나리오가 있더라도, 투자·배급을 맡겠다고 나서는 곳이 있었을까 싶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국내 대형 제작·배급사들이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가족용 애니메이션에 투자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IPTV나 캐릭터 사업 등 부가가치 수입이 보장되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집중하는 쪽이 이들 입장에선 실속 있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중하는 정부의 정책도 창작자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이유다. 관련 기관들은 지원을 통해 (애니메이션)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게 아니라, 우선 산업부터 활성화시켜야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오 감독은 “이건 ‘돈 벌어서 기부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방식으로 창의적 경쟁력이 좋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당’이 성공할 당시에 ‘원 오브 뎀(여럿 중 하나)’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결국 반쯤은 현실이 됐어요. ‘마당’보다 타깃 연령층이 올라간 ‘언더독’이 잘 된다면, 이 작품으로 인해 가족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이나 시선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유아 타깃 콘텐츠에 편중된 업계 인프라도 청소년·가족 타깃으로 분산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마당’보다 ‘언더독’이 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해요. ‘마당’에 제 운명을 걸었다면, ‘언더독’은 저를 포함한 전체(업계)의 운명을 건 작품이나 다름 없어요.”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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