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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그리 2030 “눈 낮추라지만…학자금대출 갚기도 막막"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희망과 비전이 보여야 눈높이를 낮추죠.” 서울소재 중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A(28)씨는 ‘눈높이를 낮추라’, ‘작은곳이라도 들어가서 시작하라’는 어른들의 조언을 들으면 이제 화가 날 지경이다.

‘중견’이 아닌 그야말로 ‘중소’기업에 들어간 주변 지인들을 보면 대기업보다 업무강도가 더 세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먹듯 하면서도 받는 월급은 전세자금 마련은 커녕 학자금대출을 갚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적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3년이상 경력을 채용시 우대하는 ‘고용디딤돌 과정’을 만든다고 하는데, 주변에서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거나, ‘그래도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A씨는 “중소기업에서 몇년간 배우고 버티면 향후 경기가 좋아질거라는 기대감이나 제대로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비전이 있어야 눈높이를 낮추지 않겠나”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힘들더라도 좋은 곳에 시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소식이 매일같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30일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올 상반기 고용동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월 청년 체감실업자는 115만7000명으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청년 체감실업률은 23.0%로 공식 발표된 청년실업률(10.2%)보다 12.8%포인트 높다.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은 눈높이를 낮추라는 기성세대의 주문에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청년들은 지금도 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월평균 임금격차는 지난 2004년 95만7000원이었지만 2014년에는 155만8000원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

임금상승률로 봐도 대기업은 51.1%, 중소기업은 43.3%로 절대적 임금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도 격차가 더욱 커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기업들은 청년 눈높이를 문제삼는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10개 기업과 학계 전문가 102명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고용 제약요인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 상위 1% 직장에만 쏠리는 청년 눈높이를 1순위 문제점으로 꼽았다.

반면 학계 전문가들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청년 일자리 문제 요인 1순위로 꼽았다. 청년 눈높이가 문제라는 분석은 7순위에 불과했다.

한국은행 지역경제팀이 최근 내놓은 ‘권역별 노동수급 미스매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는 “노동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미스매치) 현상이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하다”면서 해결 방안으로 근로여건 개선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기능직의 경우 구인 수요가 늘고 있으나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 등으로 구직 기피가 심화하고 있다”며 “정책당국과 업계가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졸자가 70%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30만개가 채 되지 않는 게 현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준생들에게 4년간의 교육, 생활 등 투자한 비용을 모두 무시한 채 중소기업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건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진단과 조언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말이야’로 시작하는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비전이 있던 과거 고속 성장기때와 지금이 같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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