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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명주소도 헷갈리는데…” 새 우편번호에 시민 분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기존 6자리에서 5자리로 바뀌는 새 우편번호 시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정사업본부 등 관련기관에선 이번 우편번호 개편으로 집배원의 배달경로가 단순ㆍ최적화 됨에 따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우편물을 배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도는 높다. “도로명 주소도 못 외웠는데 이번에는 새 우편번호냐”는 반응이 적잖은 상황이다.

인터넷우체국(http://www.epost.go.kr/)

29일 우정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기존 행정구역 기준의 6자리 우편번호가 5자리 국가기초구역번호로 바뀐다. 

도로, 하천 등 변화 가능성이 적은 지형지물을 경계로 설정된 번호다. 전체 5자리 중 앞 2자리는 특별(광역) 시ㆍ도, 가운데 1자리는 시ㆍ군ㆍ구, 나머지 2자리는 해당 시ㆍ군ㆍ구에서 부여하는 일련번호로 조합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개편으로 우편물 배달의 신속도ㆍ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도의 빠른 정착을 위해 새 우편번호 시행 뒤에도 6자리 우편번호를 사용하는 다량 우편물 고객에겐 요금 감액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시민 상당수는 “도로명 주소도 못 외웠는데 이번에는 새 우편번호냐”며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989년 5자리에서 6자리로 바꾼 우편번호를 다시금 5자리로 바꾸는 게 황당하다는 이들도 적잖다. 

대학생 이모(23) 씨는 “도로명 주소가 시행된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주소를 외우지 못했는데 또 외울 게 생겼다”며 “차라리 도로명 주소가 시행될 때 한꺼번에 바꿨으면 더 나았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직장인 배모(30) 씨도 “원래도 우편번호를 쓸 때마다 헷갈렸는데 한 자리가 줄었다고 해서 더 쉽게 외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했다.

막상 도로명 주소를 외워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회의감을 키우고 있다. 

직장인 이모(27ㆍ여) 씨는 “도로명주소 시행 초기부터 새 주소를 외웠지만 전면 시행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달음식을 시킬 땐 지번 주소를 얘기한다”면서 “기껏해야 입사 지원서 주소란을 채울 때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상당수 시민들이 새 우편번호를 도로명 주소와 마찬가지로 ‘외워야 할 숙제’ 내지는 실효성 없는 ‘세금 낭비 제도’ 등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도로명 주소도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우편번호까지 개편되면 시민들이 주소도, 우편번호도 몰라 우편물을 보낼 때 이중적인 번거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새 우편번호가 도로명 주소의 구역 번호를 바탕으로 이뤄진 만큼, 도로명 주소가 정착해야 새 우편번호도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세대 정도는 지나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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