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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형제의 난]반복되는 재벌가 경영권 다툼, 공통 분모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롯데그룹에서 일어난 ‘형제의 난’은 여러 면에서 이전에 있었던 재벌가 경영권 및 상속 갈등과 비슷한 점이 많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40대 재벌그룹에서 이번 롯데그룹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은 모두 18개다. 각각의 분쟁엔 고령의 창업주, 형제 간의 갈등, 불명확한 지분 정리 등의 문제가 공통분모로 거론된다.

고령인 창업주의 건강이 악화된 틈을 타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와 가장 비슷한 사례로는 2000년 현대가의 ‘왕자의 난’이 대표적이다. 당시 86세였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현대그룹 경영자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던 2남 정몽구 회장과 5남 정몽헌 회장은 반목했다.

사단은 정몽구 회장이 정몽헌 회장의 사람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경질하면서 생겼다. 하지만 정몽헌 회장이 다시 정주영 회장을 만나 경질을 무마하고, 정몽구 회장을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정몽구 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서명을 들고나와 면직을 취소했다. 이 싸움의 승리는 ‘정몽헌 회장이 후계자’라는 정주영 회장의 육성이 공개되면서 동생에게 돌아가게 된다.

동생에게 밀려난 형의 반격이라는 점에서 비견될 만한 사례는 최근까지 이어졌던 삼성가 상속 분쟁이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삼남인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식을 물려받았는데, 2008년 삼성특검을 통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차명주식도 이건희 회장이 가져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더불어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 씨도 이맹희 전 회장의 편을 들어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번 롯데그룹 ‘형제의 난’에서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손을 잡고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지점이다.

두산그룹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 역시 동생에게 밀려난 형이 반격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다. 두산그룹은 박용곤 명예회장이 그룹 총수를 역임한 이후 차남인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이 회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박용오 회장은 2005년 동생인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룹 총수로 추대되자 이에 반발해 그룹이 비자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형제들은 박용오 회장을 가문에서 제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금호그룹은 3남인 박삼구 회장과 4남인 박찬구 회장이 갈등을 벌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고, 효성가도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사장을 업무상 배임ㆍ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재벌가 상속 갈등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주요 계열사 지분과 경영권에 대한 교통정리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대에 명확한 정리 없이 후대로 공을 넘겼다가 형제 간 갈등 끝에 그룹이 상처입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승계 원칙만이 한국식 가족경영의 장점을 살리는 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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