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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에 민원 넣겠다”…대담해지는 금융사기
보험사기 의심하는 직원에, 되레 ‘금융당국 민원’ 압박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외제차 전문 수리업체 사장이던 김모(40) 씨는 외제차 차주들과 짜고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차량수리 견적을 뻥튀기하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가로채다 결국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김씨 일당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보험사에서 타낸 돈은 11여억 원.

보험금이 바로 지급되지 않으면 김씨는 차주들을 시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도록 했다. 


민원을 감축하라는 감독 당국의 압박을 받는 보험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김씨 일당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금감원 민원 압박’은 개인이 단순히 보험금을 더 빨리, 더 쉽게, 더 많이 타기 위해 쓰던 편법 정도를 넘어 이제 보험사기에까지 악용되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2002년부터 소비자가 각 은행ㆍ카드사ㆍ보험사 등에 민원을 제기한 건수를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다.

보험사 등에 제기되는 민원이 많을수록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고 이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스템이라,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위협성 발언만으로도 보험금을 그냥 지급해 버리는 보험사들이 많다.

자체적으로 분쟁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 약점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때때로 ‘블랙컨슈머’로 둔갑하곤 한다.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 민원 접수 건수는 2013년 7만8008건에서 2014년에는 7만8631건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유독 보험 관련 민원은 3만9345건에서 4만4054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공교롭게 보험사기도 같은 기간동안 대폭 증가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3년 5190억원에서 2014년 5997억원으로, 적발인원은 2013년 7만7112명에서 2014년 8만4385명으로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 한곳 당 평균적으로 일년에 1500~2000건의 민원을 받는다”며 “민원 중에선 보험사기가 아닌지 미심쩍어하는 보험사 직원에게 일부러 어깃장을 놓으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보험사 직원은 “고객이 계약 당시에 뻔히 자필서명을 해놓고도 나중엔 한 적이 없다고 우기면서 낸 돈 전부를 돌려달라며 ‘민원 넣겠다’ 협박하는데, 이럴 때는 정말 민원이 제기되면 내 인사고과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처리하기 난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험금 덜 받으면 손해’라는 왜곡된 인식과 이를 한두 번씩 묵인하기 시작한 보험사들이 결국 이같은 보험사기 사태를 초래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민원 넣으면 더 받는다’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이상 행동에 옮기는 건 어쩌면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며 “보험사와 감독 당국이 이같은 ‘카더라’가 통용되지 못하도록 자정 노력과 더불어 시스템 정비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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