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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박세환] 엘리엇, 결국 삼성에서 발빼나
“우리는 주주행동주의 장기투자자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매입한 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이의를 제기하며 밝힌 일성(一聲)이다.

특히 한국의 재벌을 상대로 한 엘리엇의 명분은 더욱 높아보였다. 엘리엇은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상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흉(?)인 재벌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몰아붙였다.

삼성이 애국심 마케팅을 한다며 공격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합병에 찬성하는 삼성물산 주주들을 ‘바보’ 취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엘리엇의 이같은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이용해 막대한 차익을 챙겨 이익을 극대화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SK그룹을 공격해 9000억원의 차익을 챙긴 소버린의 사례도 그랬다.

명분과 속셈이 어떻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 속에서 진행되며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앞두고 있다.

임시 주총 직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던 엘리엇은 최근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7.12%)을 비롯해, 삼성SDI(1%), 삼성화재(1%) 주식에 대한 실질주주증명서를 한국예탁결제원에 반납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추가 소송을 통한 경영권 공격이 쉽지 않다고 판단, 삼성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고 빠져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두 달 가까이 삼성물산을 공격하며 한국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엘리엇. 그들이 목청껏 외치던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통합 삼성물산에서는 더이상 무의미한 것일까?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을 드러낸다고 한다. 엘리엇이 재벌과의 당당한 싸움을 외치며 입성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기업사냥꾼’으로서 보여준 엘리엇의 ‘대량매수→장기협상→소송→철수’ 등 4단계의 행동을 또다시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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