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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의 이 장면&이 대사] 또 사과한 ‘절대선’의 아이콘…‘동상이몽’은 얼마나 달라질까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해 방송가에서 ‘국민MC’ 유재석을 부르는 별칭이 부쩍 늘었다. 익히 알려진 배려의 아이콘을 넘어 사과의 아이콘이 됐다. 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의 고위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논란이 있으면 유재석이 나와 머리만 숙이면 된다. 유재석의 사과 한 번이면 여론이 달라진다”며 “절대선의 아이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유재석은 유난히 사과할 일이 많았다. 유재석의 잘못은 아니었다. MBC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줄줄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을 때마다 유재석은 멤버들을 곁에 세우고 고개를 숙였다. 민감한 사안에선 웃음기를 걷어낸 채 고개를 숙였고, 재치가 필요할 땐 패러디를 활용했다.

유재석은 이번에도 진지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통해서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갈등과 고민을 관찰카메라로 들여다보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주 방송분이 문제가 됐다. 방송에선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아빠가 부담스러운 고등학교 2학년 딸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방송 이후 아빠의 행동을 향한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소재가 아닌 상황에서 연예인 게스트의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는 코멘트가 도마에 올랐다. 아이템을 다루는 데에 신중하지 못한 제작진의 부주의, 전문가 패널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급기야 일련의 논란에 가족의 큰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가들 요구에 따라 촬영된 장면이 많다’고 주장해, 조작 의혹이 일었다. 아무리 제작진이라도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100% 조작은 있을 수는 없다. 제작진은 이 부분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입을 열지 않는다고, 그것이 이 사안에 대한 긍정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출연자들을 최장 2박3일 정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원하는 사연에 맞춰 선보이기 위해 제작진의 사연 재편집은 충분히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관찰’이라는 틀에 ‘재연’이 가미됐다는 사전 설명을 더해졌어야 맞다.

방송 이후 제작진은 일련의 논란에 대해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고, 25일 방송 말미에 유재석은 김구라와 함께 다시 한 번 해당 녹화분에 대한 사과를 전했다.

두 MC는 “지난 방송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는 시청자들 의견이 있었다”면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공감을 드려야 하는데 의도와는 달리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행자로서는 편향되거나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 있는 상황을 풀고자 했던 이야기들이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시청자들이 불편했다면 죄송하다”며 “지난 방송에 좋은 의도로 참여한 가족들에게도 위로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사과 내용이 제작진이 앞서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것과 다르지 않았으나, 유재석은 프로그램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유재석의 사과를 두고 일각에선 비판도 나온다. 프로그램의 얼굴인 것은 것은 맞지만, 두 MC가 굳이 사과를 했어야 했냐는 점, 공식적으로는 조작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진이 먼저 입을 열었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것이 그 이유다.

당시 방송에선 MC들을 비롯한 연예인 패널들이 민감한 사연에 접근하는 방식이 가벼워보였다는 지적이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총체적 문제들이 폭발했던 회차가 맞다. 이는 전반적으로 제작진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솔루션 프로그램으로서 아이템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접근, 전문가 패널의 부재, 관찰카메라 형식에 대한 제작진의 편집방향 설명 등은 제작진의 명백한 실수로 보인다.

물론 일반인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보다 수배의 고충이 따른다. 일반인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들은 “방송 생리에 익숙한 연예인들과는 달리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출연자가 사연을 부풀려도 알 길이 없고, 해당 사연을 토대로 촬영을 진행하면 갑자기 출연하지 않겠다며 펑크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로서 지켜야할 점을 강조한다. 이들은 “비난이든 애정이든 한순간에 주목을 받는 것이 낯선 일반인들은 방송 시스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상처도 두 배로 받기에, 이들의 사연을 다룰 때에 제작진은 충분한 대화과정을 거쳐야 하고, 녹화분에 대한 설명도 대략적으로나마 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사에 심사숙고하고, 신중해야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폭발했던 일련의 논란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제작진에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한 번은 실수이지만, 두 번은 습관이며,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는 것은 고의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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