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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태신 “한국 주력산업 경쟁력 추락 중... ‘산업절벽’ 대처 서둘러야”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의 GE나 듀폰, 일본의 히타치는 더 이상 없습니다. 사업재편으로 변화를 거듭하는 이들을 쫒아가기는커녕 지금 우리는 산업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4일 오후 2015 전경련 평창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권 원장은 “우리나라가 대표기업의 시가총액과 국가 주력산업 분포 등에서 미ㆍ중ㆍ일 등 경쟁국과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며 “안정적 경영환경을 조성해 장기적이고 혁신적인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이 2005년부터 10년간 블룸버그가 발표한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05년 8개에서 올해 7월 22일 기준 4분의 1 수준인 2개(삼성전자, 한국전력)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홍콩 포함)은 같은 기간 15개에서 60개로 4배 늘었다. 일본은 2005년 57개에서 올해 33개로 그 수가 줄었으나, 2010년 이후 그 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2012년 이후에는 소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더욱이 이들 500대 기업 시가총액에서 우리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 역시 급격히 줄어 1%도 안되는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원장은 또 “국가별 경제규모를 감안한 글로벌 500대 기업 수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한국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중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500대 기업 순위에 든 기업 수를 각국 국내총생산(GDP) 1조원 당 기업 수로 환산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8.91개에서 2015년 1.31개로 약 7분의 1 수준으로 그 수가 줄었다.

반면 중국은 3.54개에서 4.03개로 13.8% 증가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4.97개에서 10.78개로, 12.47개에서 7.65개로 기업 수가 줄었지만, 우리나라의 낙폭이 가장 컸다.

이에 대해 권 원장은 “그만큼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대표기업 육성이 지지부진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기업들의 산업분포 역시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단조롭다고 꼬집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500대 기업을 산업별로 분류해 본 결과 한국은 자동차 1개사(현대차), 전력 유틸리티 1개사(한전), 반도체 1개사(SK하이닉스), 정보통신기술(ICT)ㆍ사무용전자제품 1개사(삼성전자)가 이름을 올렸다. 자동차, 은행, 전자장비, 제약산업 등 17개 산업에 걸쳐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일본이나 자동차, 은행, 보험, 인터넷 서비스 등 16개 산업이 포함된 중국(홍콩 포함)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2014년을 기준으로 기업규모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에선 대표기업이지만 글로벌 1위 기업과 비교하면, 7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해당 업종의 글로벌 1위 기업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는 일본 도요타의 15.8% 수준, SK하이닉스는 인텔사의 18.1% 수준, 한전은 듀크 에너지의 42.4% 수준이었다.

또 미국의 애플사 대비 삼성전자 시총 규모는 다른 기업보다는 다소 높은 27.6% 수준이었지만, 이 역시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권 원장은 “물론 시가총액이 기업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순 없다”면서도 “시장에서 해당 기업을 평가하는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시가총액”이라고 설명했다. 차익실현이든 경영참여든 주주들이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결과인 만큼 해당 기업의 장기가치를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권 원장은 “대표기업들이 사업재편 등을 통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며 GE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제너럴 일렉트릭이 사명인 GE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가 가전 등 기존 사업을 다 바꿔 산업 인터넷 등 첨단산업, 스스로 생각하는 공장 등 상상을 현실화하는 신산업으로 완전히 옮아간 사례를 설명하며 “이젠 제너럴 일렉트릭이 아니라 어드밴스드 일렉트릭(Advanced Electric)으로 기업명을 바꿔야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권 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이들 선진 기업과 같이 성공적인 사업재편을 단행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장기적인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식 오너 경영의 장점을 재조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너 있는 기업일수록 장기투자, 위험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유리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제외하곤 우리 산업계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할 만한 첨단제품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삼성의 반도체 역시 오너의 장기적 안목에서 나온 성공 사례”라고 해석했다.

권 원장은 또 “인수합병 리스크가 큰 정보기술(IT) 업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도 차등의결권 등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리스크가 큰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며, “경영환경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방어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헤르메스나 블랙스톤 등 대표적인 벌처펀드들이 우리나라 30대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엘리엇사태가 조만간 현실화될 우려가 크다”며 대비책 마련을 위해 조속한 제도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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