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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살인범, 이제 잡힐 때까지 잡습니다…10년이든 100년이든.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추가경정예산과 국정원 해킹 의혹으로 이번 주도 국회는 떠들썩 했습니다. 하지만 이 난리통 속에서도 여야 국회의원이 뜻을 모은 의미있는 성과가 있습니다. 바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개정안, 이른바 ‘태완이법’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한 일입니다. 의도를 갖고 누군가를 죽인 살인에 한해서 이제 영구미제 사건은 없습니다. 범인이 잡히지 않아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의 한(恨)만 남는 일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태완이법’ 핵심은 “끝까지 잡는다”=개정안에는 기존 형사소송법에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을 새롭게 넣었습니다.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입니다. 최고형이 사형인 형법상 살인죄에 한하며 영아살해, 존속살해, 승낙 또는 촉탁에 의한 살해는 현행 법이 ‘살인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한 강간치사, 유기시차 등 의도치 않은 살인을 의미하는 치사(致死)도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살인은 포함되고 저런 살인은 포함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태완이법을 대표발의한 서영교 의원도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차후 치사(致死) 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폐지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태완이법의 핵심은 ‘끝까지 잡는다’는 데 있습니다. 어떤 법을 적용할지는 범인을 잡고 난 이후의 문제이니까요. 지금까지는 살인사건 자체에 공소시효가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이 만료되면 경찰이 수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1999년 대구 동구 골목길에서 황산테러를 당해 49일 동안 투병하다 숨진 ‘태완이 사건’이 그랬고,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이 그랬습니다. 공소시효라는 벽이 수사 자체를 막는 일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태완이 법’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첨단수사기법, ‘공소시효 폐지’ 날개 달다= 태완이법은 날로 발전하는 검찰과 경찰의 과학수사기법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과학수사 연구개발 성과물은 2010년 7월26일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법’이 통과되면서, 지난 해까지 축적된 17만 3024건의 신원확인 정보를 기반으로 미제로 묻힐 뻔한 사건들을 속속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간 DNA법 시행으로 해결된 미제사건은 총 4252건입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수형자,피의자의 DNA를 비교해 범인을 잡는 것입니다. 축적된 DNA 정보가 상반기 기준 20만건에 육박한다고 하니 미제 사건 해결은 더욱 용이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됐으니 이제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더욱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진설명>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은 ‘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의 포스터. 실제 용의자의 몽타주를 넣어 만든 포스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공소시효 끝난 영구미제 사건, 소급적용 방안 찾는다”=사실 ‘태완이법’이 탄생하게 해준 태완이는 이미 이 세상에 없고 사건의 공소시효도 만료됐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태완이법은 소급적용이 불가해 태완이 사건은 적용되지 못합니다. 3대 미제사건이라고 불리는 화성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실종사건, 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지난 2003년 발생한 ‘포천여중생 납치살인사건’, 2004년 ‘화성 여대생 노양 살인사건’, 2006년 ‘서울 노들길 진양 살인사건’ 등 영구미제사건이 될 뻔했던 사건들은 이번 법안 통과로 희망의 빛을 찾았습니다.

태완이법을 대표발의한 서영교 의원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들도 소급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방안 등을 포함해 영구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의지입니다.

물론 공소시효 폐지에 따른 우려,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태완이법을 시작으로 범죄가 공소시효의 벽에 막혀 진실 조차 밝혀내지 못하는 일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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