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 명문가 상속자 VS 자수성가 기업가 … 日 양대 거부 정치인의 너무도 다른 모습
하토야마 쿠니오 중의원
총재산 400억엔…일본판 케네디가문 출신
외조부는 이시바시 쇼지로 브릿지스톤 창업자
두뇌명석 자자…도쿄대 법학부 졸업

와타나베 미키 참의원
기업가 출신…총 130억엔 자산보유
이자카야 체인 와타미지분 26%소유도
집안 사업 실패로 고난의 대학시절

서민이해 부족·가혹한 정책 입안
두사람 모두 대중적 지지는 얻지못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 뉴욕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정치가 가운데 한사람이다.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인 블룸버그 그룹의 창립자이기도 한 그의 자산은 무려 355억 달러, 우리돈으로 41조원에 달한다. 넘쳐나는 재산은 특히 ‘정치인’ 블룸버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막대한 부에 대한 반감보다는 ‘적어도 돈 때문에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12년에 걸쳐 세계 경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뉴욕의 시장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좋건 실컨 21세기 들어 블룸버그 같은 부자 정치인들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나날이 커지는 자본의 힘에 맞서 당당하게 정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기본적으로 작용하지만, 상위 0.1%의 부자 정치인이 절대 다수 국민의 삶을 얼마나 대변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 크게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재 일본 정계를 대표하는 두사람의 부자 정치인은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67) 중의원과 와타나베 미키 (渡辺 美樹) 참의원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와 아사히(朝日) 등 일본의 주요 매체들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하토야마 중의원의 재산은 300억~400억엔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타나베 의원 역시 130억엔 내외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 최고 자산가이긴 하지만 하토야마와 와타나베 두사람은 인생의 역정과 배경은 오델로의 앞면과 뒷면처럼 상반된다.

우선 하토야마는 일본을 제계를 대표하는 명문가의 자제다. ‘일본의 케네디 가문’이라 불리는 하토야마가(家)는 에도시대부터 외교를 중심으로 국정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토야마의 증조부인 하토야마 가즈오는 1890년대에 제국의회의 중심 인물이었고,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는 민주당 및 자유민주당을 창당하고, 1954~56년에 총리직을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했던 하토야마 유키오 (鳩山由紀夫·69) 전 총리가 하토야마 중의원의 형이다.

이런 정치 엘리트 집안의 자손이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기댈 구석이 하나 있다. 바로 외조부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이시바시 쇼지로 (石橋 正二郎), 바로 세계적인 타이어회사인 브릿지스톤의 창업자다. 외손자인 탓에 그가 상속받은 지분은 전체 주식의 몇% 되지 않는수준이다. 그럼에도 브리지스톤의 시가총액이 3조8000억엔을 웃도는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한 까닭에 쿠니오의 지분 가치는 180억엔을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역시 상속받은 학습연구사 주식 3만 3000주, 마쓰다 주식 50만 주 등을 감안하면 보유주식의 가치만 200억엔을 훌쩍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외의 부동산 자산 등을 더하면 그의 총 자산은 300억엔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와타나베 의원의 재산은 대략 130억엔 내외로 추정된다. 일본 참의원에 공개된 재산 내역에 따르면 그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17억엔선에 ‘불과’하지만 그에겐 이외에도 챙겨야할 재산이 있다. 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유한회사 이와테 상사다. 와타나베는 기업가 출신이다. 이와테 상사는 그가 설립한 설립한 외식업체 ‘와타미(和民)’그룹의 지분 26.2%를 보유하고 있다. 와타미는 한국에도 진출해있는 일본 최대규모의 이자카야 체인이다. 현재 와타미 그룹의 시가총액이 426억엔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와테 상사가 보유하고 있는 와타미의 지분 가치는 111억엔에 육박하게 된다. 이를 사실상 와타나베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 되된다. 

두 사람은 학력에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하토야마의 경우 일본 최고 학벌로 꼽히는 도쿄대학교 법학부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두뇌가 명석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도쿄대에 가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집에서 자라났다. 실제로 하토야마 가문은 대대로 도쿄대학교 법학부를 나왔다. 오컬트 문화와 일본 만화(망가)에 흠뻑 빠져 “요즘 대세는 엔지니어링”이라며 도쿄대 공학부에 진학한 형 하토야마 유키오 정도만이 가문에서 유일한 ‘비도쿄대 법학부’ 일 정도다. 
△ 크게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반면 와타나베는 힘든 대학시절을 보냈다.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린시절에는 부유하게 지냈지만, 만 10세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의 사업이 문을 닫게 되면서 고난이 시작된다. 워낙 가세가 기울다 보니 와타나베는 원래의 꿈인 야구선수를 버리고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국립, 현립 도서관에서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공부한 덕분에 그는 덕분에 일본 명문대학 중 하나인 메이지(明治) 대학교 상학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가난 때문일까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그는 졸업후에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년 간 회계직과 영업직을 맡으며 다양한 직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마련한 사업자금을 기반으로 유한회사 이와테 상사와 오늘날의 와타미를 세우게 됐다. 많은 사업 가운데 외식업, 그것도 선술집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 어릴 적 가족과 식사를 하며 즐거웠던 기억 때문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이외에 여러 부분에서 드러난다. 하토야마가 유명 연극인 출신의 스타를 아내로 맞아들인 반면, 와타나베는 자주드나들던 레스토랑의 아르바이트생에게 한눈에 반해 결혼까지 골인 했다. 하토야마가 형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요란한 파티를 여는 것을 즐기는 반면, 와타나베의 취미는 일본 규슈 남단 가고시마(鹿児島)현의 섬, 야쿠시마(屋久島)를 등반하는 정도다.

이처럼 살아온 환경이 다른 두사람의 부자 정치인이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대중으로부터 큰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토야마의 경우 역시나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인 평균 연봉이 1000만 엔 하지 않는가”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 총무대신, 법무대신 등 정부 주요 관직을 맡았던 그는 법무대신으로 있을 적 “내 친구가 알카에다였다”고 발언해 정부를 발칵 뒤집은 적도 있었다.

‘별난 취미’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유기농 야채를 키우고 이를 이용해 요리하는 데 관심이 많다. 한번은 선거운동을 벌일 당시 별 생각 없이 자신이 요리한 볶음밥이나 쿠키를 지지자들에게 제공하다가 선거법 위반에 걸리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비에 지나친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해 언론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일본 각지의 나비를 박제하다 못해 박물관을 차리고 책을 편찬했다. 박제를 위해 억 단위의 엔화가 쓰였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사타카 마코토(佐高信) 슈칸킹요비(週刊金) 편집위원 겸 전 대표이사는 하토야마에 대해 “변태의 대명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수집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토야마가 철없는 모습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철없는 정치인으로 비난받는 다면, 와타나베 의원은 의외로 서민들에게 ‘가혹한’ 정책으로 원망 받고 있다. 본인이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했던 탓인지, 그는 의외로 노력없는 저소득층이나 청년들을 지원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

그는 자신의 가정도 시장의 논리에 따라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망한 것이라며 청년들에게 근면할 것을 강조했다. 자사에서 업무과다로 여직원이 사망했을 당시 그는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아 재판 판결을 받고 나서야 유가족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고통은 성공을 위한 경험, 비정규직이 싫으면 경쟁력을 키워서 올라오라”고 발언하고 ‘365일, 24시간 일하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해 일본 취업준비생들의 비난을 받았다. 또, 빈부격차 해결보다는 금융완화와 규제완화등 대기업 지향적인 ‘아베노믹스’의 최선두 역할을 자처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