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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우리는 ‘재미’를 팝니다…슈퍼부호들의 ‘테마파크 전쟁’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 기자]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사용자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체크인(Check in)’한 곳은 ‘롯데월드’였다. 페이스북이 매년 발간하는 ‘2014 한해 돌아보기’ 한국어판에 따르면, 페북 사용자들은 한국에서‘롯데월드’ 다음으로 ‘남산타워’와 ‘에버랜드’를 찾았다. 이 같은 결과는 전 세계 14억명 페북 사용자로 확대해도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체크인이 가장 많이 된 곳은 ‘디즈니랜드’ 그리고 ‘유니버셜스튜디오’다.

‘놀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졌다지만 여전히 ‘놀이공원’은 SNS에 기념하고픈 특별한 곳 1위다. 현실 속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환상의 세계’를 찾는 사람은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를 비롯한 월트 디즈니사의 놀이공원을 방문한 이는 모두 1억3400만명에 달한다. 전 세계 237개국 가운데 인구수 1억명이 넘는 국가는 12개국밖에 없다. 225개국 각 나라 국민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의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움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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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움직이면 그대로 돈이 된다. 디즈니는 영화와 캐릭터 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지만, 테마파크 및 관련 사업으로 지난 한해 15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우리 돈으로 무려 17조4000억원이 넘는 액수다. 17조원이면 우리 정부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경기부양용 추경예산의 규모와 맞먹는다.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SNS서비스인 스냅쳇의 기업가치와도 맞먹는다. 

놀이공원을 ‘아이들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소리나 지르는 곳’으로 단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대표 놀이공원인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지난해 방문객 수는 700만명이 넘는다. 디즈니 테마파크의 1억명과 비교하면 적은 숫자지만, 세계의 주요 명소 가운데 하나이자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연간 방문객과 맞먹는 규모다. 괜찮은 놀이공원 하나가 웬만한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때문에 각국의 놀이공원을 쥐고 있는 부호들은 동시에 각 나라의 대표 부호기도 하다. 특히 테마파크가 태동한 북미권에선 영화나 미디어 등 관련 콘텐츠 산업에서 부를 일군 이들이 앞다퉈 놀이공원을 만들었다. 글로벌 테마파크 빅3 운영사는 디즈니, 유니버설스튜디오, 멀린엔터테인먼트 등 이 분야의 전통 강자다. 월트 디즈니야 영화 속 판타지를 현실에 옮겨놓은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로 유명하고, 유니버설스튜디오도 북미 외 일본과 싱가포르 등으로 점점 거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에 선보인 소설 해리포터를 테마로 한 놀이기구는 오픈 1년간 1350만명이 즐겼다. 멀린엔터테인먼트도 런던아이의 운영사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이들 3사의 최대 주주 역시 면면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콘텐츠업계 강자들이다. 디즈니사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렌 파웰 잡스가 지분 7.6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스티브 잡스는 현재 디즈니 계열사인 컴퓨터 전문 디자인회사 픽사(Pixar)의 투자자였다. 유니버설스튜디오는 현재 미국의 미디어그룹인 컴캐스트(comcast) 소유다. 1963년 창업한 컴캐스트는 NBC 등을 소유한 미국 내 가장 큰 케이블 미디어다. 1999년부터 공동 창업자의 아들인 브라이언 로버츠가 회사를 상속받아 이끌고 있다. 멀린엔터테인먼트도 덴마크 완구회사 레고그룹이 지분 29.9%를 갖고 있다. 때문에 멀린은 ‘레고랜드’ 운영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흐름도 감지된다. 과거에는 테마화(化)가 용이한 콘텐츠 기업들이 테마파크 사업을 벌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각 분야에서 막대한 자본을 끌어모은 투자자들이 ‘보다 더 즐겁게 여가를 보낼’ 테마파크 조성에 욕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 중동 등 종전 놀이문화가 다양하지 않았던 곳에서 이 같은 자본가들의 테마파크 투자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홍콩디즈니랜드에 이어 상하이디즈니랜드마저 오픈을 앞두고 있는 등 각종 테마파크 투자 계획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중국 내 10여곳에 한화 13조원을 들여 완다그룹의 테마파크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동 역시 오일 머니를 앞세워 각종 테마파크가 문 열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 각종 매체 보도를 통해 친숙해진 아랍에미리트의 왕자 만수르의 형이자 아부다비 왕세제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역시 아부다비에 페라리 월드를 세워 ‘자동차 마니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페라리 월드는 90만명의 입장객을 받으며, 4억36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1955년 7월 17일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랜드 개장식 하루 앞서 초대된 내외신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디즈니랜드는 노인들에겐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주고, 청년에겐 미래의 희망을 갖게 해줄 것이다. 전 세계인에게 기쁨과 영감의 원천이 되리라 희망한다”고. 지난 60년간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세계인은 약 7억명에 달한다. 추억과 희망, 기쁨을 파는 부호들의 테마파크는 오늘도 문전성시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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