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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산부 전지현이 맥주 모델이라고?
[HOOC=이정아 기자] “음식에 맛술 넣는 것도 조심스러운 판에 임산부가 대놓고 맥주 모델이라니요. 임산부에게 술 담배는 넘어서선 안 되는 최후의 보루라고요.”

얼마 전 임신 소식을 전한 지인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가뜩이나 신경 쓸 게 많은 임신 기간에 무알콜도 아닌 도수 있는 진짜 맥주라니. ‘별에서 온 그대’ 속 전지현에 열광했던 그의 팬심을 잘 알고 있던 터라 “그래, 천송이라도 임산부와 술은 영 궁합이 아니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전지현 임신 소식에도 클라우드 전속 모델 계약을 유지한다는 롯데주류와 임산부의 괴리가 제법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3일 롯데주류는 소속사를 통해 전지현이 임신 10주차라는 사실을 전달받았고 기존 계약의 변경 없이 모델 계약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판단한 배경이라는 게 흥미롭습니다.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장려해온 롯데그룹의 정책에 따랐다는 겁니다. 롯데주류 측은 과장급 이상 여성 직원이 87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곁들었죠. 이에 따라(?) 전지현이 맥주를 들고 있을지언정 절대 그 맥주를 마시지는 않는 맥주 광고가 나오게 됐습니다.

사실 주류광고에 임산부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인기가 많은 광고 모델이 등장하더라도 광고가 담는 메시지가 현실과 괴리되면 소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자칫 ‘조금 마시는 건 괜찮아’라는 잘못된 신호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도 있고요.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남성들의 욕망을 자극시킬 수는 있어도 명시적이지 않은 상도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꼼수 광고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얼마 전 청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연령대(만 24세)의 모델이 주류광고에 나서는 것을 막아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명 ‘아이유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지난 4월, 전체회의에서 일부 위원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 상정은 무산됐지만 당시엔 법안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만 24세면 술도 먹을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는데 주류광고만 하지 말라니요.

임산부가 술을 마시면 태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만인이 아는 진리입니다. 롯데주류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의적인 부분을 감안해 서브 모델이 전지현 대신 술을 마실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시원한 맥주를 권하는 임산부 모델, 그 모델을 브라운관을 통해 마주해야만 하는 임산부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그러나 임산부는 마시면 안 됩니다. 전지현 씨, 7개월 만 참으세요.’라고 카피라이터를 날리지 않는 한 말이죠.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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