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일명 ‘농약 사이다’ 사건이 23일로 발생 열흘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어찌된게 갈수록 미궁에 빠지고 있단 느낌을 지울 수 없는게 사실입니다.

이런 데에는 경찰에 대한 신뢰 저하와 수사 과정을 미덥지 않게 보는 시선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범죄의 재구성] ‘농약 사이다’ 벌써 열흘…경찰이 풀어야 할 3가지 ‘키(key)’-copy(o)1-copy(o)1

경찰 이런 상황을 자초한 면도 있는데요, 특히 피의자로 구속된 박모(82) 할머니 자택에서 범행에 사용된 종류와 동일한 고독성 농약이 추가로 발견된 것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부실 수사에 대한 원성을 사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찰이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 17일 박 할머니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농약을 발견했는데 다음날 박 할머니의 장남이 또 다른 농약병을 집 창고에서 찾게 됩니다.

이런 사실이 지난 22일 뒤늦게 밝혀지면서 경찰은 이에 대해 처음엔 수색 당시엔 분명히 없던 물건으로 누가 어떤 의도로 갖다 놓았는지 조사하겠다고 했다가 몇시간만에 압수가치가 없어 그냥 놓아둔 물품이라고 번복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까먹게 됐죠.

또 다른 농약병이 발견됐을 때만 해도 제3자 개입설, 박 할머니의 누명설, 진짜 범인의 기획설 등이 불거져 나왔는데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의혹들은 결국 경찰 수사에 믿음을 갖지 못하는 현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이유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 사실들이 아직도 확실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도 기인하고 있습니다.

우선 박 할머니가 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는지 동기에 대한 부분이 여전히 석연치 않은 상황입니다.

경찰은 현재까지 ▷사건 발생 하루 전인 지난 13일 마을회관에서 10원짜리 화투를 치다 한 할머니와 다퉜다는 점 ▷3년 전 한 할머니에게 논을 빌려줬으나 약속한 임대료(쌀 다섯가마)보다 적게 받아 싸운 적이 있다는 점 ▷평소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할머니들에게 손윗사람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점 등을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파악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60~70년간 가족처럼 지낸 동료 할머니들을 상대로 음독 살해를 시도하게 할만한 원인이었는가를 두고 상식적인 이해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은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은 처음부터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기보단 ‘한번 당해봐라’는 식으로 고통을 주려 한 심리가 발단이 됐을 거란 관측을 내놓기도 합니다.

경찰이 박 할머니의 범행 동기를 빠르고 정밀하게 포착해 내는 것이 이번 사건의 관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이 날로 증폭되는 의혹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요.

또 박 할머니가 농약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입수하게 됐는지 경위를 밝혀내는 것도 시급한 일입니다.

박 할머니는 20년간 농사를 짓지 않아 농약을 사용할 일이 없었고, 마을 주변 농약사에서도 해당 농약을 박 할머니에게 판매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박 할머니가 사건 발생 전 마을 회관에 언제 가서 사이다에 농약을 탔는지도 밝혀내야 할 중요 사안입니다.

13일 오후까지 마을 초복 잔치가 있었고 사건은 다음날 오후 3시께 발생했기 때문에 경찰은 13일 밤이나 14일 정오 전일 거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묘연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