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잇단 구속영장 기각…검-법원 미묘한 신경전
자원외교·포스코 비리수사 핵심인사 영장 줄줄이 퇴짜…
“檢 무리수 vs 공판중심주의 강화” 엇갈려



최근 굵직한 비리 의혹에 연루된 고위 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달아 기각되면서 검찰의 사정(司正)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과 법원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 관계는 검찰이 4개월 간 이어오고 있는 자원외교 및 포스코 비리 수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국ㆍ내외 자원개발 사업 과정에서 국고에 200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혐의 소명 정도와 증거자료 확보 정도, 지금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 5월 20일 거액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배임수재죄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까지 꺼내들며 법원 결정에 전면 반박했다. 수사팀은 2개월여의 보강수사를 토대로 조만간 정 전 부회장의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그 외에도 법원은 검찰이 수사에 주력해온 주요 인사들에 대한 영장에 줄줄이 퇴짜를 놨다. 경남기업 워크아웃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해외 원정 도박을 벌여 재판에 넘겨진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이 대표적이다.

사실 대법원이 2000년대 들어 불구속 수사ㆍ재판 원칙을 강화한 이후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률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추세다. 최근 5년새 전국 법원 구속영장 청구건수는 5만7019건에서 3만3116건으로, 기각률은 25%에서 18.15%로 각각 감소했다. 그만큼 꼭 필요한 경우에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해준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불구속 사건 비율은 2005년 전체의 73.8%에서 2010년 88.2%로 뛰어올랐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 신중하게 영장을 청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법원은 마치 구속영장 기각률 20%라는 기준을 세우고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 같다”고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사방법 중 하나인 인신 구속 단계에서 이렇게 깐깐하게 하면 증거인멸, 기억멸실, 증거훼손 등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할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불구속 원칙에 따른 것뿐이라며 성급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구속 요건인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법원이 사건 실체에 대한 모든 심증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이른바 ‘공판중심주의’와 수사기록보다 당사자의 법정 진술을 우선시하는 ‘구술심리’를 강화하면서 이런 추세가 굳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부실 공소제기가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최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상고심에서 유ㆍ무죄 판단 없이 파기환송한 데는 검찰의 공소장이 부실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면서 “공소사실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검사가 제출한 사실관계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의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 “고의적으로 특정 정파에 봐주는 공소장도 있다”는 법조계 선배들의 말도 들린다. 검사들이 어려운 형사소송 환경속에서 더욱 분발해야 하는 이유라는 충고이다. 


함영훈·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