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박 회장이 ‘대기업 총수’하면 흔히 떠오르는 1인 독재식 카리스마로 이런 성과를 이뤘다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박 회장의 무기는 소통이다. 약 26만여명의 팔로어를 이끄는 파워 트위터리안이기도 한 그는 말단 직원의 농담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이며 조직의 선진화를, 의사결정 시스템의 변화를 고민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할 것은 꼭 말하고, 들을 것은 꼭 듣는’ 이른바 ‘박용만식(式) 소신소통’이다.
박 회장의 이런 소통 행보는 지난 22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제40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졌다. 그는 이날 ▷기업인 사면(赦免) ▷경영권 방어제도 마련 ▷창조경제의 실체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사회적 현안에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국내 대표 경제단체의 수장이자 대기업 총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우선 박 회장은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기업인 사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일반 국민에 대해 국민화합, 국가이익 차원의 사면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면 기업인도 응당 그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이어 “(사면에서)기업인이 빠진다면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인들에게 (밖으로 나와)더욱 모범적인 기업을 만들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두 분이)다시 모범적인 기업을 만드는 대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간곡히 소청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 사이의 공방전으로 촉발된 경영권 방어제도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제도와 기업의 ‘동시변화’를 촉구했다.
박 회장은 “기업이 대주주는 물론 소액주주의 이해까지 보호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헤지펀드까지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사회ㆍ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동시에, 기업도 각자 여건에 맞는 거버넌스를 선택하는 등 끊임없는 선진화ㆍ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기자본을 유혹하는 허점을 기업 스스로도 단도리 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경영권 보호장치 중 가장 시급한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부터 시작해 여러 방어제도를 말씀드리지만, 다 이뤄지지는 않지 않겠는가”라며 “기업이 당국과 함께 노력하다 보면 적절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박 회장은 이날 한진그룹의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를 마지막으로 모든 인프라 구축을 끝마친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창조경제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모멘텀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이노베이션’외에는 없다고 본다”며 “특히 이종산업 간의 협업, 그중에서도 정보와 지식을 실어나르는 ICT와의 결합이 중요하다. 여기에 ‘창조경제’가 아닌 다른 어떤 이름을 붙이든, (이런 정책 외에는)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다른 길은 별로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제주에서 만나는 통찰과 힐링’을 주제로 개막한 제주포럼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70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 명실상부 ‘재계 대표 포럼’으로서의 위상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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