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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데이터]“기업인 사면 기회 주고, 경영권 방어책 마련해야” 소통王 박용만의 거침없는 ‘제언’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12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장수 기업(두산그룹)과 16만 회원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경제단체(대한상공회의소)를 동시에 이끄는 남자. 박용만 대한상의ㆍ두산그룹 회장을 설명할 때면 빠지지 않고 따라붙는 수식어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각각 두산그룹,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단 2~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두 거대 단체를 휘어잡으며 단숨에 ‘재계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박 회장이 ‘대기업 총수’하면 흔히 떠오르는 1인 독재식 카리스마로 이런 성과를 이뤘다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박 회장의 무기는 소통이다. 약 26만여명의 팔로어를 이끄는 파워 트위터리안이기도 한 그는 말단 직원의 농담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이며 조직의 선진화를, 의사결정 시스템의 변화를 고민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할 것은 꼭 말하고, 들을 것은 꼭 듣는’ 이른바 ‘박용만식(式) 소신소통’이다.

박 회장의 이런 소통 행보는 지난 22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제40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졌다. 그는 이날 ▷기업인 사면(赦免) ▷경영권 방어제도 마련 ▷창조경제의 실체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사회적 현안에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국내 대표 경제단체의 수장이자 대기업 총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우선 박 회장은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기업인 사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일반 국민에 대해 국민화합, 국가이익 차원의 사면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면 기업인도 응당 그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이어 “(사면에서)기업인이 빠진다면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인들에게 (밖으로 나와)더욱 모범적인 기업을 만들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두 분이)다시 모범적인 기업을 만드는 대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간곡히 소청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 사이의 공방전으로 촉발된 경영권 방어제도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제도와 기업의 ‘동시변화’를 촉구했다.

박 회장은 “기업이 대주주는 물론 소액주주의 이해까지 보호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헤지펀드까지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사회ㆍ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동시에, 기업도 각자 여건에 맞는 거버넌스를 선택하는 등 끊임없는 선진화ㆍ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기자본을 유혹하는 허점을 기업 스스로도 단도리 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경영권 보호장치 중 가장 시급한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부터 시작해 여러 방어제도를 말씀드리지만, 다 이뤄지지는 않지 않겠는가”라며 “기업이 당국과 함께 노력하다 보면 적절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박 회장은 이날 한진그룹의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를 마지막으로 모든 인프라 구축을 끝마친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창조경제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모멘텀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이노베이션’외에는 없다고 본다”며 “특히 이종산업 간의 협업, 그중에서도 정보와 지식을 실어나르는 ICT와의 결합이 중요하다. 여기에 ‘창조경제’가 아닌 다른 어떤 이름을 붙이든, (이런 정책 외에는)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다른 길은 별로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제주에서 만나는 통찰과 힐링’을 주제로 개막한 제주포럼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70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 명실상부 ‘재계 대표 포럼’으로서의 위상을 자랑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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