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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X발’ ‘개XX’…그리고 국회법 25조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귀를 의심했다. 고성이 오가긴 했지만, 저잣거리에서 쓸 법한 ‘육두문자’를 제1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들을 수 있으리란 생각은 못했다.

비공개회의로 진행됐으나 워낙 크고 명확한 소리였기에 회의장 밖에 있던 취재기자들도 똑똑히 욕설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2일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최고위원이 다른 최고위원에게 “X발, 내가 왜 반말 못하냐. 왜 당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냐고. 당이 싫으면 떠나면 되지“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국회에서 욕설이 오간 것은 이달만 벌써 두번째다.

지난 2일에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최고위 회의에서도 등장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계파갈등이 절정에 달한 상황에서 당 대표 비서실장인 모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주장하던 한 최고위원에게 “저 개XX가…”라고 했다.

당 대표가 회의 중단을 선언하며 파행된 이후엔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애XX들도 아니고 그만해라”며 후속타를 날렸다.

두 상황 모두 당내 인사들간 극한 견해차가 빚어진 데서 비롯됐다. 이런 욕설을 애초부터 계획하고 회의에 참석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극심한 대립 속에 무심코 입으로 튀어나온 ‘격앙된 심경’에 가깝다는 게 기자들 대부분의 생각이다.

하지만 말은 내뱉으면 끝이다.

아마 욕설이 상대 당을 향한 것이었다면 당장 윤리위 제소 혹은 사과 촉구 등 정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수위였다. 하지만 같은 당내 인사끼리 오간 말이라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은 당내 계파 혹은 그룹 간 대립이 있을 때마다 “민주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 제기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발언의 수위가 높아질 수록 밖에서 보는 당내 불화의 심각성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하물며 욕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말 한마디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어느 전직 대통령은 말 한마디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이라는 벼랑 끝에 몰렸다.

현행 국회법 25조는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다시 이 조항을 되새겨봐야 한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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