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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약 사이다’ 무색·무취의 메소밀은 늘 주범이었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평온했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은 ‘메소밀(methomyl)’이란 살충제에서 비롯됐다.

이름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농약은 2000년대 이후 발생된 숱한 독극물 사망 사건의 숨은 주범이었다.

이처럼 한가지 농약으로 여러 비운의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허술한 관리·감독이 또 한번의 참극을 불러왔단 지적이 나온다.


메소밀은 주로 진딧물과 담배나방의 방제에 사용하는 원예용 농약이다. 무게 50㎏의 동물에 체중의 0.000026%에 해당되는 1.3g만 투여해도 치사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맹독성 살충제다. 일반 농가에선 농작물을 갉아먹는 쥐를 잡을 때 고구마나 감자에 발라 사용했다.

냄새와 색깔이 없다는 특성 때문에 농작물 보호엔 효과적이었지만, 사람을 가해할 때도 똑같이 적용돼 주요 독극물 사건의 주인공이 돼 왔다. 액체 상태로 있으면 맹물과 다름이 없고, 가루로 돼 있으면 일반 조미료나 설탕으로 오인하기 쉽다.

이같은 위험성으로 지난 2012년부터 제조·판매가 중단됐지만 여전히 시중에선 잔여물량이 유통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2004년에는 대구의 한 공원 벤치에 놓여진 요구르트를 마신 10여명이 구토 증세를 보이다 일부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 원인은 메소밀이었다. 누군가 요구르트병에 티가 나지 않게 주사기로 메소밀을 주입해 놨던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음독(飮毒)을 시도한 ‘묻지마 엽기사건’으로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아직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2007년 경북 영천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난다. 한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두 할머니가 좌판대에 놓여진 드링크 음료 한 병을 별다른 의심 없이 나눠 마셨다가 끝내 숨진 사건이 발생했는데, 시신의 위 속에서 바로 이 메소밀이 검출됐다.

2008년 전남 완도에선 숨진 채 발견된 60대 부부의 집 주방에 있던 미역국에서 메소밀이 나왔다. 같은 해 영광에서도 메소밀이 들어간 밥을 먹고 80대 노인이 숨지고 아들 부부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메소밀은 부부간 살인에도 사용됐다. 2011년 광양에서 당시 40대 여성이 만취한 상태로 귀가한 남편에게 메소밀을 탄 드링크제를 마시도록 해 숨지게 했다. 평소 남편의 잦은 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전남 함평의 한 경로당에선 비빔밥을 먹은 주민 여섯 명 중 한 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비빔밥에서 메소밀 성분이 검출돼 누군가 고의로 넣었을 가능성에 제기됐지만 이 역시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같은 해 경남 창원에선 시력이 좋지 않았던 70대 남성이 메소밀을 음료수로 착각해 소주에 타 마셨다 변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가장 최근으로 2013년엔 충북 보은의 한 음식점에서 70대 주인과 이웃 노인 등 6명이 콩나물 밥을 지어 먹었는데 중독 증상을 보여 모두 병원으로 후송됐고 이 중 한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콩나물밥의 양념간장에서 메소밀이 검출됐는데, 아직까지도 투여자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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