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119구급차 애써 외면 왜?…옷·스쿠터에 농약성분 발견 범행동기 명확치 않아 경찰 곤혹…일부 피해자도 “그럴사람 아니다” 증거품 집주변 방치도 석연찮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박모(82) 할머니에 대해 지난 20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지난 14일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고의 범행인지 여부가 관심이었지만, 경찰은 조사 나흘 만에 현장에 있던 박 할머니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속전속결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전후 정황에서 나타난 치밀성 때문에 계획 범행일 거란 추측은 나왔지만, 이 모든 걸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연출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죠.
경찰은 집 주변에서 발견된 드링크제와 농약병 등 기존 증거 목록에서 추가로 영장을 통해 유력 단서들을 제시했습니다. 사건 당시 출동한 구급차 블랙박스 기록인데요, 기록 내 영상 자료를 보면 박 할머니는 119구급차가 마을회관 진입로로 들어서는 순간 구급차를 힐끗힐끗 보며 회관 안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또 3분쯤 지나 구급차가 회관 앞에 쓰러진 한 할머니를 태우고 회관 입구를 빠져나갈 때에도 회관 앞 계단에 걸터앉아 구급차 반대편 쪽 산을 바라봤습니다.
경찰은 상식적으로 구급차가 왔으면 회관 내의 피해 상황을 적극 알려야 하는데 구급대원들이 떠나기 전까지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아 회관 안에 있던 할머니들을 방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 할머니의 옷과 스쿠터 손잡이 등에서 농약 성분이 발견된 것과 관련, 박 할머니 측은 피해 할머니들이 내뱉은 거품과 토사물을 닦아주다 묻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숨진 할머니의 위액, 토사물 등 타액에선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농약 성분이 묻어 있던 박 할머니의 옷 부위도 바지 주머니 안쪽, 바지 밑단, 상의 단추 부분 등이라 토사물을 닦은 곳이라고 보기엔 힘든 부분들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특히 아직도 범행 동기가 명확지 않다는 점인데요, 경찰도 탐문 수사 등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다만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회관에서 피해 할머니들과 어울려 소액을 건 화투를 하다 이중 한 명과 다퉜단 사실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진 박 할머니는 상주 이 마을로 시집 오면서 이사 온 후로 피해 할머니들과 70년을 함께 동고동락했습니다. 살면서 말다툼 정도는 수시로 벌일 수 있는데, 과연 동전내기 화투로 싸운 한 사람에 대한 앙갚음을 위해 70년 지기인 할머니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야겠단 결심을 하게 될 수 있었을까요. 특이한 정신병력도 없는데 말이죠.
유일하게 의식을 회복한 할머니도 박 할머니에 대해 “어떻게 독극물 범죄를 저질러 놓고 평생 같이 지내온 친구들이 쓰러져가는 모습을 태연히 볼 수 있겠는가”라며 “그렇게 독한 사람 아니다”라고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또 결정적 증거품들을 왜 눈에 잘 띄는 집 주변에 그대로 방치해 놓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보통 피의자의 경우 증거 인멸 심리에 따라 범행에 사용한 물건을 은폐ㆍ폐기시키기 마련인데 말이죠.
농약을 입수하게 된 경로도 아직 파악이 안되고 있습니다. 쌀 농사를 지은지 20년이 지났다는 박 할머니가 이미 사용 금지된 지 3년이 지난 이 농약을 어떻게 구할 수 있게 됐는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쪼록 경찰이 불명확한 부분들에 대해 하루 속히 진실 규명을 해줘야 하겠습니다. 혹여나 제3자에 의해 악의적으로 누명을 씌우는 사건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농약 사이다’ 사건은 지난 14일 상주 공성면 금계1리에서 발생된 살인 사건으로, 살충제가 섞인 음료수를 마셨던 할머니 6명 중 2명은 사망하고 3명을 현재 중태입니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