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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쓰비시, 금전배상 없이 미국에만 사과 왜?...日정부 묵인하에 배상책임 회피하기
한국외 다른 나라에도 사과할 용의
한국피해자 소송 중 불리할까 우려
외교소식통 “관건은 결국 배상책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인과 중국인, 연합군 포로 등을 강제노역시켰던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三菱)그룹 계열사 미쓰비시 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이 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과에도 이중잣대를 보인 것은 배상책임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다. 계열사 한 곳이 한국인 피해자와 손해배상 책임을 놓고 소송 중인데, 피해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무라 히카루 미쓰비시 머티리얼 상무를 비롯한 회사 대표단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후 로스앤젤레스(LA) 시내의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 비젠탈 센터에서 징용 피해자 제임스 머피(94)씨를 만나 머리 숙여 사과했다.

기무라 상무는 이날 “2차대전 당시 미국 징용 피해자 900여명은 미쓰비시 탄광 등 4곳에서 강제노역을 했고, 그 과정은 혹독했다”며 “머피씨를 비롯한 미국 전쟁포로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미쓰비시 측은 과거 회사를 계승해 전쟁포로 등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그 문제가 한국과 연결되기만 하면 과거와 현재의 회사는 다르다고 말한다”며 “이번 미국인 포로에게 사죄를 한 것도 금전적 배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봤을 때 관건은 결국 배상책임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미쓰비시 측은 미국인 징용 피해자에 대한 공식사과에 나선 자리에서 “다른 나라 징용자에 대한 사과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유감표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는 계열사인 미쓰비시 중공업이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죄 자체가 책임 인정의 한 부분으로 해석될 경우,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 1999년 시작돼 2008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후 국내 법원에서 진행된 소송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미쓰비시 중공업은 지난 13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인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서 항소와 상고 등으로 시간 끌기에 나서는 것은 배상책임을 어떻게든 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1965년 한ㆍ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은 소멸됐다”며 자국 기업들을 두둔했다. 실제 일본 기업들은 한국 법원이 내린 배상 판결도 이 같은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배상문제와 관련된 논란이 남아있는 한 일본 기업들의 사과 대상에 한국인 피해자가 거론될 가능성은 적으며, 실질적인 사과가 이뤄지기까지는 요원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일본 측에서는 1965년 한ㆍ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문제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그 이후의 배상은 한국 정부의 몫이라고 여긴다”며 “배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일본 기업들의 반성과 사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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