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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쁘면…공짜로 웨딩촬영 해 드립니다”
촬영업체 우후죽순 난립 과당경쟁…잘나온 커플 홈피에 걸고 홍보…
결혼식도 상업적 활용 빈축



#.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김모(27ㆍ여) 씨는 최근 한 데이트 스냅사진 촬영업체로부터 공짜로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씨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려둔 웨딩 스튜디오 사진을 보고 “보기 좋은 ‘훈남훈녀’ 커플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며 이같은 제안을 해온 것이었다.

김 씨는 “업체 측에서 무료로 촬영해주는 대가로 촬영본을 업체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게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미 웨딩 스튜디오 촬영을 하긴 했지만, 데이트 스냅사진을 한 번 더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허락했다”고 말했다.

한때 바가지 요금 등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 일부 웨딩 업체의 빗나간 상술이 최근 들어‘ 외모지상주의’까지 부추기고 있어, 어렵게 결혼을 결심한‘ 삼포세대’의 마음에 또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 [헤럴드 사진DB]

예비부부를 상대로 한 웨딩 촬영 업체들이 난립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 외모가 출중하거나 값비싼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커플들을 대상으로 무료 촬영을 해주겠다며 ‘외모 지상주의 마케팅’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눈에 띄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 라지만, 일각에선 “결혼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등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부들이 즐겨찾는 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선 “무료로 웨딩 본식 촬영을 해드리겠다”는 내용의 쪽지와 게시물을 심심찮게 엿볼 수 있었다.

호텔, 또는 하우스웨딩 예식장 목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호텔이나 하우스웨딩 예식장에서 결혼을 할 경우 무조건 대표 포토그래퍼가 직접 무료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홍보하는 곳도 적잖았다. 대부분 영세 웨딩 촬영 업체 측에서 보내거나 게재한 것들이었다.

이들 업체들이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이유는 다름아닌 예비 신혼부부들의 눈에 띌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함이다. W 웨딩업체 플래너 A(31세) 씨는 “작은 업체나 신생 업체들 중에선 홍보할만한 액자가 없어 이렇게 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이 잘 나오기로 유명한 호텔 예식장에서 선남선녀 커플을 촬영해 ‘대박’이 난 사례도 있다. 한 유명 웨딩 촬영 업체 관계자는 “사업 초창기, 호텔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예쁜 커플의 사진을 무료로 찍어준 뒤 홈페이지에 게재한 적이 있었다”면서 “이후 예약 문의 전화가 빗발치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다보니 선남선녀 커플을 찾아 나서는 업체들도 생겼다. 특히 장소보다는 인물에 비중이 좀 더 큰 데이트 스냅사진의 경우 김 씨의 사례처럼 개인 블로그를 찾아다니며 외모가 출중한 커플을 직접 섭외 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에 “결혼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적잖다. 얼마 전 결혼을 한 새신부 이모(30ㆍ여) 씨는 “호텔이나 하우스웨딩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커플이라면 이미 본식 촬영을 무료로 할 필요가 없는 수준일텐데 돈이 돈을 번다”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여성 윤모(27ㆍ여) 씨는 “외모로 대우가 달라진다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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