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간인 스마트폰 해킹 의혹과 관련 자살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씨가 삭제했다고 밝힌 자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사실을 근거로 ‘민간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해당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직접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임씨가 ‘자료 삭제’를 유서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자료의 정확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당장 야당에서는 민간사찰 관련 자료가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19일 ‘국정원 직원의 유서로 국민 사찰 의혹은 더 커졌다’는 제목의 브리핑을 통해 “(자료 삭제는)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가 어떤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삭제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 내용을 확인 중으로 최대한 빨리 이를 복원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원이 일부 정보위원들에게 아무리 늦어도 이번 달 안에 삭제된 파일이 100% 복구될 것이라는 취지로 보고했다”며 “100% 복구한 뒤에 최소한 정보위원들에게는 공개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민간사찰 의혹을 부인하면서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해킹 프로그램 사용기록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국정원이 정보기관 업무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삭제된 자료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삭제된 자료가 민간 사찰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숨진 임씨가 “대상을 선정해서 이 직원에게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이메일을 심는다든지 이런 일을 하는 기술자였다”(이철우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씨의 업무 특성상 대테러나 대북 공작활동을 담당하는 국정원 부서에서 요청한 작업을 수행한 기록이 담긴 자료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는 해당 자료에 대북 용의자나 대북 공작활동 관련 인사, 대테러 대상자 등의이름이 포함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뜻이다.

여권 관계자도 “삭제된 내용은 복구중”이라면서 “지금 보기에는 (활동 대상자의) 이름 같은 것을 지운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삭제된 자료에 외부에 노출되면 안 되는 대테러 및 대북 공작활동 담당자의 신원이나 활동 목적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임씨가 유서에서 삭제 자료를 “대테러, 대북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이라고 표현한 것도 주목된다.

국정원의 입장대로 민간 사찰은 없었다고 해도, 국정원의 대테러·대북 공작활동과 관련해 오해 소지가 있는 내용이 들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구입 관련 논란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