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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서울 8배 땅 생태공원으로…노스페이스 창업자의 ‘통큰 생태보호’
톰킨스, 칠레 삼림등 사들여 자연성지 조성아르헨티나 거대 습지도 생태공원화 성공엘리아쉬 ‘지구의 허파’ 열대우림 지속 매입“원주민 안떠나야 숲 지킨다” 학교 등 건립마윈, 판다서식지 천연보호구역 조성 앞장테드터너, 희귀종 늑대·들소 보호프로젝트
- 톰킨스, 칠레 삼림등 사들여 자연성지 조성아르헨티나 거대 습지도 생태공원화 성공
- 엘리아쉬 ‘지구의 허파’ 열대우림 지속 매입“원주민 안떠나야 숲 지킨다” 학교 등 건립마윈, 판다서식지 천연보호구역 조성 앞장
- 테드터너, 희귀종 늑대·들소 보호프로젝트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김현일 기자] 1964. 약관의 미국인 사업가는 생각에 빠졌다. 아웃도어 용품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면서 사명을 무엇으로 할까의 고민이었다. 그는 결국 회사 이름을 노스페이스(North Face)’라고 짓는다. 알프스의 3대 북벽인 아이거, 그랑조라스, 마터호른을 형상화해 회사로고도 만든다. 사업에 성공한 후 언젠가는 한 번 올라보겠다는 희망도 담았다. 그의 이름은 더글라스 톰킨스(Douglas Tompkins).
 
바람대로 그는 세계적인 사업가가 된다. 1968년에는 자연주의적 철학을 담은 패션브랜드 에스프리(Esprit)도 창업한다. 모두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1980년대 말까지 그는 수조원 가치의 부를 손에 넣게 된다.
 
하지만 이후 그의 인생은 당초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사업가로서 삶을 마무리한 그는 바라던 알프스 설벽이 아닌 남미 파타고니아의 고원에서 생태환경운동가로서 인생의 후반전을 살게 된다


▶서울 8배 땅을 생태공원으로…환경보전 ‘끝판왕’=톰킨스는 1989년부터 가지고 있던 회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업가로서의 삶을 정리한다. 동시에 미국을 떠나 남미의 칠레로 거점을 옮긴다. 휴가철 암벽등반과 카약, 스키 등을 즐기기 위해서 찾았던 칠레에서 새로운 자아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바로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그는 1992년부터 남미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기금과 재단을 설립해 실행에 들어간다. 대표적인 것이 ‘Conservation Land Trust’. 현재 남미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환경보전기금 중 하나다.
 
재단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푸말린 공원(Pumalín Park)의 건립이었다. 푸말린은 칠레 팔레나(Palena)지역에 위치한 80만에이커 규모의 땅이다. 톰킨스는 1991년부터 그냥 버려져있던 푸말린 지역의 땅을 차례차례 구입한다. 이곳은 생물다양성 보존의 측면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히는 칠레 발디비아 삼림의 대표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온 부자가 숲을 사들이는 것을 칠레인들은 처음에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팔레나 지역의 보전가치를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톰킨스를 보며 생각을 바꾼다. 마침내 2005년에는 당시 칠레의 행정수반이었던 히카르도 라고스(Ricardo Lagos) 대통령은 이 지역을 자연 성지(Nature Sanctuary)로 지정하기로 한다.
 
이후 톰킨스는 다음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미국의 자선가인 피터 버클리와 손잡고 ‘Conservation Land Trust’를 통해 푸마린 지역 남쪽에 있는 208000에이커의 원시림을 추가로 매입한다. 칠레정부의 설득에도 나서 원시림 내에 있던 벌목시설과 군사시설까지 이전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지역을 국립공원화할 것을 건의한다. 칠레 대통령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탄생된 것이 총 726000에이커, 29억평이 넘는 규모의 코르코바도 국립공원(Corcovado)이다.
 
그의 활동은 아르헨티나로도 이어졌다. 거대 습지인 이베라 습지를 사들여 이를 생태공원화하는 데 성공한다. 2000년에는 재혼한 아내인 크리스가 만든 파타고니아 보호재단(Conservacion Patagonica)을 통해 남부 아르헨티나 지역의 165000에이커의 땅을 구입한 뒤 국영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땅을 기부하기도 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톰킨스 부부가 기증한 땅을 기반으로 이 지역에 몽 레옹 국립공원(Monte León National Park)을 출범시킨다.
 
지금까지 그가 사들여 보호한 땅은 개략적으로 120만 에이커, 우리 식으로 14억평이 넘는다. 대략 서울의 8배가 넘는 규모다.
 
현재 톰킨스 부부의 최대 목표는 빙하로 유명한 파타고니아지역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지하자원 개발은 물론 빙하를 식수로 활용하려는 중국계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맞서 칠레와 아르헨티나 정부를 설득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광활한 땅을 사버리는 톰킨스 식환경보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결국 자연을 사유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슈퍼카, 대저택, 요트 등을 사들이며 부를 과시하는 부호들보다는 톰킨스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남미 열대우림, 中습지, 북미 희귀 동물까지…부호들의 통큰 환경보호=
톰킨스식 자연보호에 나서는 부호들은 최근 들어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인물은 요한 엘리아쉬(Johan Eliasch) 헤드(HEAD) 회장이다. 투자회사인 에퀴티 파트너스의 회장이자 자연주의 초고급 리조트 회사인 아만(Aman)그룹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구의 허파로 표현되는 남미 아마존강 일대의 열대우림을 사들여 보호하고 있다.
 
2005년 사비로 수백만달러를 들여, 아마존 메데이라(Medeira) 강 유역의 열대우림 1600를 현지 벌목회사로부터 사들인 이후 2007년 환경보호 단체인 쿨어스(Cool Earth)’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이 지역의 숲을 매입하고 있다. 그는 현재 12만명에 달하는 쿨어스 회원들과 손잡고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쿨어스의 활동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숲을 사들이는 것열대우림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이 숲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원주민들이 숲을 떠나지 않는 것이 숲을 사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쿨어스는 원주민을 위한 의료시설, 학교, 민물고기 양식시설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 시설을 만들어 주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부호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최근 들어 비슷한 방법으로 생태계 보호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2300만달러를 들여 28000에이커 규모의 미국 뉴욕 북부의 애디론댁(Adirondack) 산맥 인근의 땅을 사들였다. 땅을 관리하는 짐 윌킨슨 대변인은 마윈이 중국 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환경보호 구역을 매입한 것이라며 물론 개인적인 피서지로도 이곳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브랜든공원이라는 애칭을 가진 이 땅에는 9마일 이상 이어진 생레지 강과 호수하천연못숲 등이 있다. 두 채의 집과 마구간도 지어져 있다. 과거 록펠러 가문과 듀퐁 로스 가문 등이 차례로 소유했던 땅이기도 하다.
 
마윈은 자연과 생태계 보호에 관심이 많다. 그는 현재 국제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의 중국협회장이다. 중국 최초의 환경관련 NGO인 사천자연보호재단(Sichuan Nature Conservation Foundation)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재단을 통해 라오해구(老河沟) 천연보호구역 조성에도 일조했다. 27000에이커에 달하는 라오해구 천연보호구역은 중국의 대표적인 자이언트 판다 서식지로 유명하다.
 
또 다른 중국인 왕웬리앙(Wang Wenliang) 중국리닌건설그룹 회장도 땅을 사들여 환경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부호다. 그는 중국과 북한 국경 근처에 위치한 단동시 인근의 습지를 사들였다. 중국 최대 습지이기도 한 25만 에이커 규모의 이 땅은 매년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이동하는 흑꼬리도요(godwits) 등 철새들의 휴식처다. 그는 매년 습지 보호를 위해 200만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5년 전에는 습지 인근 해상자원 보호 차원에서 800만달러를 들여 인근의 수산, 새우양식 회사를 모두 사들이면서 습지보호를 한층 더 강화하기도 했다. 현재 습지는 44종의 철새와 88종의 물고기, 54종의 작은 포유동물들의 안전한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습지 인근 삼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소유의 제지회사를 사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제지회사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이 목표다
 
CNN의 창업자인 미디어재벌테드 터너도 거대 규모의 땅을 매입해 자연과 희귀생물 동물 보호에 힘쓰고 있다. 그는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15600에이커 규모의 래더 목장(Ladder Ranch)을 비롯해 미국내 200만 에이커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땅을 사들이는 이유는 희귀종 보호를 위해서다. 래더목장을 통해 17년째 멸종위기의 멕시코회색 여우의 보호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1990년대에는 멸종위기이던 미국 들소를 55000두까지 증식시키기도 했다.
 

기인으로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도 비슷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그는 브리티쉬 버진 아일랜드령의 72에이커 면적의 네커섬(Necker)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섬에서 300여종의 희귀동물을 키우고 있다. 갈라파고스 거북이를 비롯해, 멸종 직전인 여우원숭이(Lemur)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희귀 동물들이 인간과 천적으로부터 차단된 자연속에서 본능적인 생태를 유지하게 하는게 목표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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