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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바캉스, 그랑 데파르, 랑트레
휴가철이다. 필자도 지금 휴가중이다. 이 글은 미리 마감했다. 매일의 ‘채움’(마감)을 위해 ‘비움’(휴가)의 시간은 소중하다.

한국말로 ‘휴가’, 영어로 ‘Vacation’, 프랑스어로 ‘Vacance’. 한국에서 영어보다 프랑스어가 더 자연스럽게 쓰이는 몇 안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바캉스’의 어원은 라틴어 ‘Vacatio’다. ‘비어 있다’ 또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란 뜻이다.

프랑스인들은 좀 심하게 비운다. 혁명기념일 7월14일을 전후해 평균 5주 간의 여름 바캉스를 떠난다. 무려 인구의 절반 가량이 움직인다. ‘그랑 데파르(Grand Depart, 대출발)’라고 이름도 거창하게 붙이고, 한꺼번에 이동하는 모습이 양떼 같다며 ‘라 트랑쥐망스(La Transhumance, 양떼 목축)’라고 부른다. 이 시기 도시는 텅 비고, 신문사들도 지면을 줄인다. 기자도 없고, 기사 꺼리도 없어서다.

우리도 닮은 꼴이다. ‘(휴가철) 대이동’이라고 하고, 차량이 뱀처럼 길게 늘어섰다며 ‘장사진(長蛇陣)’을 이뤘다고 전한다. 역시 도심은 한산해지고, 신문사들도 감면(減面)에 들어간다. 대개 8월에 3주 또는 4주 동안 면을 줄인다.

푹 쉬었으니 다시 일해야 한다. 8월 마지막주, 프랑스의 고속도로는 바캉스 마치고 돌아오는 차들로 대혼잡을 빚는다. 우리의 명절 귀경전쟁에 맞먹는다. 역시 이름을 근사하게 붙였다. ‘랑트레(Rentré, 재시작)’. 다시 채움의 시간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칼럼의 이름은 ‘쉼표(,)’다. 급박하게 쏟아지는 속보들 속에서 잠시 한숨 돌리며 비우고, 동시에 채우는 코너다. ‘쉼표’는 지면 속 휴가다. 매주 사흘(월, 화, 수) 주어지는 짧고, 편안한 휴가!

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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