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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중앙지법, 한센병 환자 강제 낙태-단종(斷種) 국가배상 판결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시인 한하운이 20대에 재발한 한센병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소록도로 가는 길을 읊은 지 60여년이 흘렀다.

‘문둥이’ 로 불리며 사회에서 배척 받은 한센병 환자들은 소록도에 모여 살며 가정도 꾸리고 살아 보려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에게 강제로 단종(정관수술)과 낙태를 시행하며 그 마지막 희망도 앗아갔다.
[사진=헤럴드경제DB]

시간이 흐르고 소록도는 점점 잊혀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86년 소록도를 찾아 한센병 환자들에게 축복을 했지만, 지난해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음성 꽃동네를 대신 찾았다.

소록도를 기리는 헌정앨범 정도가 2013년 나오며 그 기억을 희미하게 이어갔다. 그러나 소록도에서 벌어졌던 강제 단종과 낙태 수술의 피해는 여전한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한(恨)의 응어리가 일부나마 15일 풀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21부(부장 전현정)는 이날 엄모씨외 138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단종 피해자에게 3000만원, 낙태 피해자에게 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재판부는 “국가가 정당한 법률상의 근거 없이 원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했다”며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엄씨 등은 단종 피해 22명, 낙태 피해 117명으로 국립 소록도병원, 익산 소생원, 안동성좌원, 부산 용호농원, 칠곡 애생원 등에서 단종, 낙태를 당한 피해자들이다.

정부는 1937년 일제 강점기 때부터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강제 정관수술과 낙태 수술을 해방 이후 폐지했다가 1948년부터 다시 시행했다.

소록도의 경우 매주 2회 정기적으로 남성 환자들에 정관수술을 시행했고 동거자들 중 임신이 된 경우 강제낙태를 실시했다.

정관수술은 1992년까지, 임신중절수술은 1980년대 후반까지 이뤄졌다.

평균 연령 80세인 이들은 2013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 단종, 낙태로 인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센인 강제 단종, 낙태 피해자들의 이번 승소는 네번째다. 앞서 지난해 4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광주고법 또한 대한민국의 항소를 기각했고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서울중앙지법 역시 지난 2월과 5월 같은 취지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한 바 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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