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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이형석] ‘애플’과 ‘단통법’의 방정식
지난해 10월부터 애플 아이폰이 한국에서는 전례없이 잘 팔렸다. 아이폰의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9월까지만 해도 5.3%에 그쳤으나 같은해 10~12월엔 27.3%까지 껑충 올랐으며 올해 들어서도 두자릿수의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그런데 그 시점이 공교롭다. 지난해 10월은 아이폰6가 첫 출시된 때일 뿐 아니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시기다. LG유플러스가 처음 아이폰을 팔기 시작한 때도 지난해 10월이었다. 여기에 더해 단통법 시행 이후인 지난 4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6는 비교적 잘 팔렸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LG전자의 G4의 판매는 부진했다. 

그래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같은 현상을 두고 풀이가 저마다 달라졌다. 전략프리미엄폰 판매가 부진한 국내 제조사는 아이폰의 국내 판매량 급증이 “단통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와 이통업계에서는 “신규 모델 출시에 따른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특히 LG유플러스의 가세로 유통 채널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방통위 등 정부의 주장은 “단통법은 문제없다”에 근거하고 있다. 둘 다 틀렸다. 일단 단통법은 하자가 많은 법이다. 정부가 “문제 없다”고 고집할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국내 제조사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 중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난해 아이폰6 출시 이후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부쩍 높아졌다. 이들 지역에서도 “단통법의 반사이익”이 있을리 만무하다. 한국 시장의 경우 단통법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애플이 장사를 잘 했다”고 보는 게 옳다.

애플이 어떻게 장사를 잘 했는지는 최근 조사와 애플의 마케팅전략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소비자평가전문 리서치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의 제품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브랜드별로는 아이폰이, 모델별로는 갤럭시S6엣지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갤럭시S6가 최고 제품이지만 여전히 ‘갤럭시’라는 브랜드 파워는 ‘아이폰’에 밀린다.

애플은 어떻게 브랜드파워와 충성도를 높였을까. 애플이 15일 내놓은 6세대 아이팟터치는 하나의 시사점이다. 아이팟은 지난 2001년 처음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지만 15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그래도 애플이 아이팟 터치를 계속 내놓고 있는 것은 기존의 사용자들과 미래의 애플 소비자들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은 자사 제품의 전세대 사용자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기기와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해왔다. 애플 제품의 재구매율과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이유다.

단통법은 국내 휴대폰 제조업계나 많은 소비자들이 지적하는대로 지원금 규제로 인해 사용자들에게 이익인 이통사의 마케팅과 단말 가격 경쟁을 저해하는 법이다.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하지만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단통법 때문에 장사 못하겠다, 애플만 좋은 일을 시킨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다. 그보다는 애플이 장사를 잘 하는 법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을 듯 하다. 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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