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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앤 데이터] ‘쇄신 포스코’ 다시 앞장서는 권오준 회장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위기의 포스코호(號)’를 이끌고 있는 권오준(사진ㆍ65) 회장이 국민과 투자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15일 오후 포스코 2분기 실적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한 권 회장의 참담한 표정이 생존위기에 처한 포스코의 현재를 여실히 보여줬다.

권 회장은 이날 직접 구조조정 방안, 윤리ㆍ책임경영 등의 내용을 담은 ‘5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송구하다”는 말을 연거푸 내놨다. CEO가 직접 나서서 사과를 하고, 쇄신안을 발표한건 1968년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권 회장은 “그동안 포스코 사람들은 스스로 깨끗한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번 검찰 조사를 통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며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년간 회사를 경영해보니 포스코가 가진 구조적 불합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번 기회에 포스코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심정으로 쇄신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이 결론내린 포스코의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요인은 투자 목적이 분명치 않은 무분별한 투자와 계열사 확장으로 인한 부채 확대였다.

대표 부실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영업손실만 1891억원에 달해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있고, 고순도 알루미나를 앞세웠던 포스하이알도 지난해 675억 손실을 내며 모기업인 포스코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날 발표한 2분기 실적도 포스코 개별로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1.6% 상승했지만,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이익율이 감소했다. 계열사의 부실 경영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포스코는 처방전으로 “2017년까지 현재 47개인 계열사수를 22개로 50% 줄이고, 167개에 달하는 해외 연결법인은 2017년까지 117개사로 30% 감축하겠다”는 파격안을 제시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의 현재 위기는 투자를 제대로 못해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부실 투자는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앞으로 최대한 구조조정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이룬 구조조정 건수는 31건이다. 권 회장은 “올해 말까지 10개(국내 계열사)까지 더 정리하겠다”면서 “다만 인위적인 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연간 5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사업 우선 순위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조정했다. 철강전문가 출신인 권 회장은 포스코가 철강 위주의 본원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고, 나머지 분야의 백화점식 사업보단 포스코만 잘할 수 있는 파이넥스나 켐, 리튬 추출, 연료전지와 같은 사업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엔 월드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율을 전체의 50%로 끌어올리고, 수익성이 높아 업계의 주력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강판 판매량은 지난해 830만톤에서 950만톤(2017년)으로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또한 해외 상(上)공정에 대한 신규투자는 지양하고 가공센터 중심의 하(下)공정 사업위주로 해외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그외에도 부실 투자에 철저한 책임을 지우는 투자실명제, 사내 금품 비리나 성희롱 등이 적발되면 단번에 징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강도높은 쇄신안을 제시했다. 이날 권 회장은 그동안 부실 경영에 대한 처벌 차원에서 25명의 임원을 퇴진시켰다.

이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재계에선 나름 파격적인 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제 구호는 나왔고, 남은건 제대로된 실천이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1년간의 행보가 포스코의 미래를 좌우할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구호를 내세우는건 쉽지만 실행은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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