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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스타트업에 반한 글로벌 큰손 ⑤> 소프트뱅크벤처스 “10년 후에도 존재하는 기업일까” 중요해…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남들이 가지지 않은 ‘특별함’이 있어야 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소수에 속하는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이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창업자의 목표의식도 뚜렷해야 합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스타트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실수는 하더라도 실패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해야지, 실패를 교훈용으로 여기기 시작하면 그것을 반복하는 쳇바퀴에 빠지기 쉽다”고 조언했다. 그가 투자를 결정할 때 무엇보다 창업자 즉 ‘사람’을 중요하게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 벤처의 부침(浮沈)을 지켜보며 20년 가까이 투자업계에 몸을 담아왔다. 1996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뱅크벤처캐피탈에 입사하며 그룹에 합류했고, 2000년에 한국 내 자회사가 설립되면서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2년부터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이사직을 맡아 투자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역할을 ‘전방 수색대’로 비유했다. 투자를 하고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10년 또는 20년 후 소프트뱅크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역할도 한다는 뜻이다. 소프트뱅크가 가정용 로봇의 대중화를 예고한 것도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우리 일상속에서 마치 스마트폰처럼 익숙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예측에서 비롯됐다.

문 대표는 최근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를 예로 들었다. 페퍼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약 판매를 진행한지 1분만에 1000대 분량이 매진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앞으로는 의료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하는 페퍼’ 처럼 판매용 로봇까지 로봇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페퍼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앱)이 어떤 형태가 될지 고민해 봐야 한다. 본사에서도 로봇 기술이나 인공지능에 관심이 높은 만큼, 기술적으로 깊이감이 느껴지는 스타트업들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T) 트렌트의 선봉에 있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높은 관심을 두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근 본사 차원에서 1조원의 과감한 투자를 집행한 대상도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역시 여타 해외 벤처캐피털(VC)과 비교했을 때 최소 몇 억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기까지 투자 금액의 폭이 넓은 편에 속한다. 올해 3월에는 국내 IT 부문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1200억원 규모의 에스비글로벌스타펀드를 신규 결성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터넷강의 퍼블리싱 전문회사 ‘용감한컴퍼니’에 3억원을, 앞서 4월에는 국내 모바일 홈쇼핑 포털 앱 ‘홈쇼핑모아’를 운영 중인 ‘㈜버즈니’에 60억원을 투자했다.

문 대표는 “1000억원 이상의 규모는 본사에서 투자를 집행하고 그 이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시리즈 A부터 시리즈 BㆍC까지 투자 스펙트럼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유행만을 좇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의 원천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핀테크가 유행이라고 관련 시장에 쉽게 발을 들이거나, 또는 모든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무조건 실리콘밸리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문 대표는 “글로벌 VC로서 돈을 투자하는 것 이외에, 스타트업의 역량을 분석하고 컨설팅을 통해 방향을 잡아주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여년 투자 업무를 지속해온 그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계약 결혼’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힘들 때 만나서 서로를 돕고, 함께 행복해지면 기쁘게 헤어지는 관계라는 뜻이다.

그는 “최근 성공한 투자케이스를 누가 묻는다면 단호히 ‘없다’고 답한다”면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을 때 바로 성과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도 2~3년의 노력과 기다림끝에 지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투자자와 창업자는 달콤한 행복만을 당장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함께 시련을 견디는 관계인식 아래 서로 노력을 해야 상생할 수 있다”고 투자 철학을 밝혔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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