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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머드 복제기술 소유권 누구에게?”…황우석-박세필 ‘진실 공방’ 법정으로
‘매머드 사체서 세포배양 첫 성공’
세계적 성과 두고 희대의 소송戰


[헤럴드경제=서지혜ㆍ이정아 기자] 국내 동물복제기술 분야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황우석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박사와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가 매머드(맘모스ㆍ사진) 복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의 소유권을 두고 법적 다툼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시베리아의 얼음 속에 파묻혀 있던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 분화시킴으로써 매머드 복제에 가장 중요한 기술 확보에 성공했는데, 이 기술의 소유권이 서로에게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15일 서울남부지검과 과학계 등에 따르면 황 박사는 지난달 18일 박 교수, 정형민 건국대 줄기세포교실 교수, 김은영 미래셀바이오 대표 등 3명을 횡령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황 박사팀의 매머드 복제 시도는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 박사는 2012년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트와 야나 강(江) 일대의 얼음과 땅 속에 파묻혀 있는 매머드 조직을 채취해 러시아 연구팀과 공동으로 멸종된 매머드를 복제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매머드는 258만년전부터 1만년전에 이르는 신생대 홍적세(洪積世ㆍPleistocene)에 살던 코끼리과의 포유동물로 길이 50㎝에 이르는 수북한 털과 5m에 달하는 엄니를 가진 게 특징이다. 이 동물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수많은 고대 동물과 함께 멸종했다.

황 박사가 추진하는 매머드 복제 방식은 그동안 태어난 복제동물과 같다. 우선 코끼리 난자에서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세포핵을 제거한 뒤 복원시킨 매머드 공여 세포와 세포핵이 제거된 코끼리 난자를 융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매머드 복제 배아를 인도산 코끼리 자궁에 이식한 뒤 자연 임신 기간(약 22개월)을 거쳐 매머드를 탄생시키겠다는 게 연구팀의 복안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냉동 매머드 조직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분화시키는것이다. 마치 영화 ’쥐라기공원‘에서처럼 화석 속 곤충을 이용해 살아있는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고 이를 복제에 사용하는 셈이다.

황 박사팀은 수년간에 걸쳐 러시아 연구팀과 함께 이 작업을 해왔지만 최근까지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황 박사팀은 국내외 유명 동물 복제 연구팀에 러시아산 매머드 조직을 주고 세포 배양 연구를 하도록 했다. 올해부터 이런 작업에 참여한 게 벅 교수팀(정교수ㆍ김 대표)이다.

그런데 박 교수팀이 최근 놀랄만한 연구 성과를 내놨다. 그동안 온갖 실험에도 꿈쩍도 안하던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내고 분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최소한 매머드 복제의 가장 큰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데서 터졌다. 두 연구팀이 냉동 매머드 조직에서 되살려낸 세포 분화 기술의 소유권을 두고 ’동상이몽‘이 된 것이다. 박 교수는 황 박사가 조직을 넘겨줄 때 연구 성과물에 대한 아무런 계약 조건이 없었던 데다 연구팀의 독보적인 세포 배양(cell culture)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세포 재생이 가능했다던 만큼 당연히 양측의 공동 연구 성과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황 박사는 시베리아에서 들여온 냉동 매머드 조직의 소유권이 분명하고, 자신이 세포 배양 연구를 해 보라고 준 것인 만큼 당연히 연구 성과는 자신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황 박사는 연구 성과를 내주지 않는 박 교수팀을 횡령 및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황 박사를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마쳤으며, 14일에는 정 교수와 김은영 대표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를 벌였다. 박 교수도 조만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검찰은 내다봤다.

과학계는 두 복제 전문가의 소송에 ’과학계 희대의 사건‘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논문으로 발표해 과학적 평가를 먼저 받을 일이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할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생명과학 분야의 한 대학 교수는 “동토에 묻혀있던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냈다는 게 사실이라면 최종 복제 성공 여부를 떠나 이것 자체만으로도 유명 과학 저널은 물론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며 “양측이 서로의 명예욕을 버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내는 데 매진하는게 올바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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