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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이철희] 김무성, 이대로는 안 된다
좌고우면, 6월 25일 대통령의 작심 발언으로 시작된 정치파동에서 가장 난처한 입장에 빠진 정치인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일 것이다. 어머니와 싸우는 동생 사이의 형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으니 그 스트레스는 말해 무엇하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처지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과 별개로 김무성이란 정치인은 당의 대표다. 배로 치면 선장이다. 과연 선장으로선 김무성 대표는 능숙하게 새누리호(號)를 몰았는가?

흔히 하는 말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자평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란 전제를 붙여야 하는 최선은 이미 최선이 아니다. 변명일 따름이다. 김무성 대표는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 당의 자율성을 지키지 못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책임정치의 주체이고, 권력의 모태다. 대부분의 선출직 공직자가 정당 공천을 받고, 공직자의 임기는 한시적이지만 정당의 존립은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 소속의 선출직 공직자가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정당의 기반이 굳건하면 얼마든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대중적 신뢰와 기반을 유지하는 정당이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당 대표가 포기할 수 없는 제1 원칙이다.

역대 어느 여당도 불가피하게 겪어야 했던 고민이다. 당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지키는 것과 대통령의 뜻에 따르는 것 사이의 고뇌는 사실 피할 수 없는 딜레마다.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광범위한 반MB 정서에도 불구하고 당이 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았던 것은 박근혜란 정치인의 존재로 인해 당의 독자성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은 대통령에 맞서 세종시 수정법안을 앞장서서, 그것도 야당과 손잡고 부결시켜버렸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부속기관이 아니라 자율성과 독자성을 갖는 정당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에 비춰 보면, 이번의 김무성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독자성이 아니라 종속성이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의 배경을 따져 보면 그의 사퇴는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새누리당이 ‘박근혜당’으로 갈 것인지 여부에 대한 선택이었다. 김무성 대표는 여권의 대표적 대권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당이라는 브랜드를 받아들였다. 이런 모습으로 과연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직 대통령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대권주자가 성공한 예는 없다. 그런 점에서 김무성 대표는 기업으로 치면 일종의 바지사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지지율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밀린 결과는 결코 대수로운 게 아니다.

김무성 대표가 저지른 두 번째 실수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의 과도한 공세는 공천권을 겨냥한 것이고, 20대 총선 공천권은 2017년 대선과 그 이후의 정치지형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뜻에 따르더라도 대통령의 그립(grip)이 더 허용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리더십을 보여줬어야 했다. ‘동의할 수 없지만 이번만큼은 대통령의 뜻에 따르겠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당청 관계는 수평적이어야 하고, 당의 일은 당이 알아서 하겠으니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해 달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혔어야 당의 리더답다. 대권주자로서도 그렇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이유는 그 총선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나 MB에 대한 찬반 선거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부담을 벗기 위해 당시 당의 주류인 친이와 현실권력인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수용한 것이다.

이번에 만약 지지율이 당에 그것에 못 미치는 대통령을 앞세우는 소위 박근혜선거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건 무모하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힘든 선거가 될 것이다. 물론 야당이 총선 때까지 계속 지리멸렬한 상태에 있다면 기댈 언덕이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논외로 하면 총선이 박 대통령에 대한 찬반이나 중간평가의 선거로 치러지는 건 새누리당에게 대단히 불리하다. 총선에서의 패배는 김무성 대표의 대권 가능성이 무너지는 걸 뜻한다. 이대로 가면 김 대표에게 대권은 기대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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