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수 피하려→박수 치려’…일주일 사이 돌변한 與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박수 안 쳤다고. 박수는 무슨 박수야!(7월 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의원총회 직후 )”

6일 전. 김 대표는 의원총회장에서 나오자마자 이렇게 소리쳤다. 박수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를 권고했다는 일부 보도에 항의하면서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14일 열릴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박수가 울려 퍼질 것 같다. 신임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하면서 표결 등이 아닌 박수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의원총회 ‘박수’에 담긴 새누리당의 정치학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날 때에는 최대한 박수를 피하려 했지만, 신임 원내대표를 뽑을 때엔 최대한 박수를 치려 안간힘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긴급의총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corp.com

박수 합의는 의원 개인 의사를 특정하지 않고 통과시키는 정치권의 관례다. 누가 쳤는지 안 쳤는지, 세게 혹은 살살 쳤는지 알 길 없다. 박수는 대세에 따라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이기도 하다. 박수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정반대 행보 속에는 당내 갈등에 대처하는 새누리당의 변화된 시각이 드러난다.

새누리당은 14일 의원총회에서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 김정훈 신임 정책위의장 후보를 새 원내지도부로 합의 추대한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달렸지만, 투표 없이 참석 의원의 박수로 합의 추대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박수로 합의 추대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후보 단일화가 결정적이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신임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경선은 안 된다’는 대전제 하에 물밀 작업에 들어갔다. 후보 개인보다 합의 추대 원칙을 우선순위로 둔 셈이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후보를 모두 계파 색이 옅은 비박계 인사로 꾸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박수로 합의 추대를 한 배경에는 ‘더 이상 갈등은 안 된다’는 위기감이 담겼다.

앞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논의하는 의원총회에선 박수 합의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가 거셌다. 김용태 의원이나 유의동 의원 등은 “표결로 명확히 생각을 밝혀야 한다”며 박수 합의에 반대했다. 개개인의 명확한 의사 확인 없이 넘어갈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당내 일각에서도 차라리 이번 기회에 갈등을 명확히 드러내 총의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당시 김 대표가 박수 합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도 박수가 아닌 표결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반발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박수를 거부한 새누리당은 갈등을 최대한 드러내려 했다면, 이날 박수로 합의하려는 새누리당은 갈등을 최대한 봉합하려 한다. 박수뿐 아니라 합의 추대 과정에서부터 이 같은 전략이 담겼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갈등에 대처하는 새누리당의 변화된 전략이다. 갈등을 아예 드러내 고름을 짜내느냐, 상처가 깊으니 우선 봉합부터 해야 하느냐. 박수를 피하는 게 옳은지, 박수를 치는 게 옳은지 그 답은 내년 총선과 공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잠재된 계파색이 다시 불거질 때 판가름될 것으로 전망된다.

dlc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