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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삼계탕 전문점의 하루는 길다

[헤럴드경제=최소라 인턴기자] 매년 복날이 찾아온다. 초복, 중복, 그리고 말복. 올해 초복은 7월 13일로 비가 내리는 월요일이다. 복날에 굳이 보양식을 먹어야하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는 하다못해 점심 구내식당에서 한끼라도 복날 음식을 먹게 된다. 그리고 복날의 대표적인 음식은 삼계탕이다. 삼계탕 전문점에서 복날은 한해에 찾아오는 세 번의 대목으로, 말복을 끝으로 삼계탕집 사장님은 ‘한해가 끝났다’고 표현한다.

초복 아침은 어느 때보다 일찍 분주하게 시작된다. 가동될 수 있는 삼계탕집 식구들, 지인들은 총출동한다. 마치 영화 300의 한 군단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비장한 모습으로 대열을 가다듬고 손님들을 하나둘 맞이한다. 유독 복날만큼은 놀랍도록 분업화가 이뤄져, 개수대에서 설거지하는 사람, 상을 닦는 사람, 손님을 줄 세우는 사람, 계산만 하는 사람, 포장만 하는 사람 등등 각자의 역할을 퇴근까지 무한정 반복한다.

직접 가서 먹은 들깨삼계탕의 모습.

종업원들은 국물자국을 닦아내느라 손목이 아려오는 것도 잠시 잊고 상닦기에 여념이 없다. 주문을 받으면 펄펄 끓는 탕을 분주히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를 아슬아슬 피해 손님상에 나른다. 종종 끓어넘치는 탕 국물에 손이 데이기도 한다. 반면, 손님들은 앉아서 채 마르지도 않은 식탁을 휴지로 닦고 직접 물을 갖다먹기도 하고 알아서 ‘셀프’를 한다.

깊이 잠든 몇백마리 닭들이 준비되고 포장들도 미리 다 만들어진다. 상자에는 층층이 포장된 김치와 깍두기가 쌓여있다. 그리고 도도하게 다리를 꼬고 있는 닭들이 한 차(750g, 인삼을 세는 단위)에 3만2000 원이나 하는 인삼 하나를 폭 안고 뽀얀 살을 내보이며 손님들을 기다린다. 복날의 매출은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지만, 포장으로 탕이 얼마나 판매되느냐가 관건이다. 식당 테이블 수는 정해져 있어서, 아무리 바삐 움직여도 받을 수 있는 손님들의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복날은 줄이 아무리 길어도 손님들이 아무말 않고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워낙 긴 줄이다보니 불평하는 손님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날 삼계탕집은 몰아치는 손님들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서 보통 2인 손님의 경우 합석을 제의한다. 그래서 그날 처음 본 사람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먹거나 혹은 살을 맞대고 나란히 먹어야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2인 손님들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테이블 수는 2배로 늘어나고 일하는 사람들은 정신없이 김치, 깍두기와 탕을 나른다.

중간에 손님이 잠시 빠지는 시간이 되면 일하는 종업원들은 다같이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흡입한다. 그리고 숨고르기를 하고 또 저녁 손님들을 받는다. 그렇게 아침부터 온종일 손님을 지치도록 받으면 끝날 것 같지 않던 복날의 하루도 저문다. 닭냄새와 땀냄새가 뒤섞인 옷을 입고 버스에 실려 집에 가면 온몸이 파김치가 되어 푹 퍼진 채 잠이 든다. 

<이 기사는 30년 전통의 삼계탕 전문식당에서 1년 3개월을 아르바이트한 기자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쓴 글입니다.>

orc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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