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행복한 엄마 조각가, 해피바이러스를 전파하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조각가 김경민(44)의 또 다른 ‘직업’은 세 아이의 엄마다. 아이들은 중3, 중2, 초4. 전업주부도 감당하기 힘든 세 아이를 키우면서 조각가로서 ‘경력 단절’은 없다. 조각가 남편(권치규 씨)과 함께 경기도 일산에 터를 잡고 집과 작업실이 분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긍정의 힘이 가장 컸다.

억지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지 않는 것. 욕심 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작가는 “위기가 닥쳐도 크게 걱정하기보다 가볍게 넘기고, 못하는 것은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남편과도 다투는 법이 없다. 다툴 에너지가 있으면 작업하는 데 쓴다는 게 아내의 생각이다. 아이들도 ‘방목’한다고 했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방향만 잡아주고 들들 볶지 않는 것. 숙제를 안 해서 선생님께 혼나는 것도 아이들 몫이라고. “내 인생이나 제대로 살자. 내가 제대로 살면 아이들도 올바른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쪽으로 일찌감치 육아의 방향을 잡았다. 
행복의 기억(Memory of Happiness), 브론즈에 아크릴, 90x20x55㎝, 2015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H]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추구하는 사랑, 행복과 같은 삶의 가치는 그의 조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김경민의 ‘아이콘’인 늘씬한 인물 조각들은 기뻐도 웃고 슬퍼도 웃는다. 보는 이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김경민 작가가 4년만에 전시를 열었다. 이달 8일부터 30일까지 아트스페이스H(서울 종로구 원서동)에서 갖는 초대전이다. 
Baseball Family, 브론즈에 아크릴, 90x90x56㎝, 2014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H]

김경민의 작품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다. 강남 테헤란로 K타워 앞, 로데오 입구, 여수 엑스포관 등 공공장소에 그의 조각 작품이 있기 때문. 싱가포르 시외버스터미널, 중국 청두 하버시티몰, 홍콩 하버시티 등 아시아 명소에도 그의 작품이 서 있다.

이번 전시에도 소소한 일상 속 이야기를 담은 조각 작품들을 내 놨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남편, 미소 짓는 아내, 만세 부르는 아이 등 하나같이 해맑다. 대형 사이즈로 선보이는 목욕하는 두 사람 조각도 즐겁기 그지 없다. 남편이 아내의 등을 밀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김경민, 권치규 두 조각가 부부를 형상화했다. 
 
조각가 김경민.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고무 찰흙을 늘여놓은 것처럼 가늘고 긴 팔다리를 가진 인물 조각들은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플라스틱으로 작업하던 것을 2011년부터 청동으로 바꿨다. 조각 표면은 샌딩 작업을 거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했다. 인물 조각들은 겉으로는 유약해 보이지만 견고하고 묵직하다. 긍정의 힘이 갖는 내공의 무게처럼.

이토록 행복한 인물들만 조각하는 이유를 작가에게 물었다.

“저는 작가지만 주부이자 엄마예요.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은 결혼에 대한 책임감이자 삶에 대한 책임감이죠.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잖아요. 그 마음을 조각에 담았어요.”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