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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 부부 사돈 처제 사촌...온 가족이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티스트’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남편(방현우ㆍ37)과 아내(허윤실ㆍ36), 두 사람의 아버지, 아내의 여동생, 남편의 사촌동생까지. 가족 6명이 모두 ‘작가’다. 굳이 따지자면 주축은 남편과 아내고, 가족들은 각종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두 아버지는 철공 등 하드웨어에 관련된 일을 맡고 있다. 힘쓰는 일을 아버지들에게 맡긴 셈. 아들은 “이곳은 패륜 작업실”이라며 농을 건넸다.

장르를 구분하자면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Interactive media art)’다. 영상 등 미디어를 통해 작품과 관객이 소통하는 예술장르를 통칭하는 용어다. 
미디어 아티스트 ‘에브리웨어’. [사진=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가족이 팀을 이룬 ‘에브리웨어(Everyware)’는 요즘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 그룹이기도 하다. 어디서나(Everywhere) 모든 것(Everyware)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구현하는 이들은 특히 대기업 아트마케팅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작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이 눈에 띈다. 지난해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전에 이어 올해 현대차 브랜드 체험관인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자동차 내부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를 분해, 카메라를 실은 작은 모형차들이 자동차의 구석구석을 움직이며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에브리웨어를 이끄는 방현우(왼쪽), 허윤실 부부. [사진=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최근 문화역284에서도 에브리웨어의 작품이 전시됐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타이틀로 빛을 이용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이 전시에서 에브리웨어는 관객들이 만져서 완성하는 작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최근 찾아간 역삼동 작업실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책꽂이였다. 전기전자공학개론, 전자통신개론부터 임베디드 프로그래밍, 로봇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게임프로그래밍 등 두통 유발(?) 서적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첫번째 질문을 던졌다. 신기한 그 작품들, 어떻게 만든건가.

“휴대폰이나 컴퓨터 같은, 완벽한 물건들을 보면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죠. 우리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100가지 작품에는 100가지 서로 다른 방법을 써요. 그냥 어 신기하네, 혹은 어 재미있네라는 느낌만 갖고 콘텐츠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최근 문화역서울284에서 선보인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 [사진제공=문화역서울284]

그래도 작품에 적용된 기술을 좀더 쉽게 설명해 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프레임 버퍼(Frame buffer)를 스왑(Swap)하는게 뭔지, 캐시 메모리(Cache memory)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궁금하세요?”

전공을 묻는 질문에도 “전공이 왜 궁금한지 그게 더 궁금하다”는 부부. 남편은 에이즈 진단으로, 아내는 디자인으로 박사 학위를 얻었다.

모든 것을 그때 그때 배워서 익혔다. 작업의 80%는 책 보고 공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롤플레잉게임 아시죠. 캐릭터가 어떤 책을 읽으면 기술을 획득하잖아요. 그 원리와 똑같아요. 그런데 무조건 아무 책이나 읽을 순 없어요. 특정 단계의 책을 마스터해야 다음 단계의 책을 이해할 수 있게 되죠.”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에브리웨어 작품 ‘앙상블(ENSEMBLE)’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한 작품을 구현하기 위해 마치 과학자처럼 단계별 연구에 매진하는 작가들이지만, 정작 이들이 내놓은 작품들은 어렵지 않다. 만져보고, 집어 던지고, 올라 타 보면 된다.

“컴퓨터의 원리를 이해는 못 해도 사용은 할 수 있잖아요. 작품도 똑같아요. 이해는 못 해도 즐길 수 있죠. 그런데 어른들은 (만져보길) 겁을 내요. 아이들은 매커니즘을 몰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아이들처럼 작품을 만지고, 심지어 망가뜨려야 작품과 제대로 인터랙트(Interact)할 수 있어요.”

에브리웨어는 모든 작품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훼손되더라도 “관객 탓이 아니라 작가 탓”이라고 했다.

온 가족이 협업하는 작가 팀이니 서로 부딪힐 일도 많을 터. 둘은 작업 과정에서 끝장 토론도 하고 욕설도 주고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연애부터 결혼까지 15년을 함께 해 온 이들 부부는 서로를 “완벽한 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두 작가가 부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소통이었다.

“저와 달리, 아내는 기분의 폭이 커요. 아내를 기분 좋게 해 주면 안 풀리던 일도 술술 풀리죠.”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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