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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엘리엇 소송전]헤지펀드의 공격...계열사 합병통한 지배구조 개선 ‘암초’
[헤럴드경제=윤재섭ㆍ김윤희 기자]한국경제의 헤지펀드 먹잇감 전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의 합병계획에 반대하며 소송전에 돌입한 데 이어 헤르메스ㆍ메이슨캐피털 등 또다른 헤지펀드들이 삼성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매입중인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무엇보다 헤지펀드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방치할 경우 산업계 더나가 한국경제 전반에 타격이 우려돼 국민연금이 국익보호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투기자본에 대응해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때를 틈타 헤지펀드들이 치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주요 기업 대주주 지분이 줄었는데, 마땅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래서 헤지펀드가 우리 기업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대로라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환출자를 끊고, 내부거래를 축소하려면 계열사 간 합병이 불가피하지만 해외 헤지펀드들이 이를 문제삼으면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오 교수는 그러면서 “재앙을 막으려면 더 늦기 전에 외국처럼 기업들에 포이즌필(Poison Pill) ,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도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같은 주장을 폈다. 정 전무는 엘리엇 펀드가 삼성물산 경영참여를 선언한 사례를 예로 들며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확충해야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업재편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이즌필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일본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 차등의결권주식 제도는 기업의 지배주주에게 보통주의 몇 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오 교수는 “알리바바의 마윈이 미국 상장을 추진한 것도 미국 금융당국이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상장기업의 지분이 7%에 불과했지만 일반 주주의 10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까닭에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 당국도 마냥 팔짱을 끼고 있었던 건 아니다. 소버린 펀드의 SK주식 매집, 아이칸의 KT&G 주식 매집 등 외국계 헤지펀드의 적대적 M&A 또는 경영간섭 시도가 있을 때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주 1 의결권’ 원칙에 위배되고,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재벌구조를 심화한다는 비판 속에 제도 도입은 번번이 좌절되곤 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게류된 채 남아 있다가 회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국민연금 사옥

관련 제도가 도입될때까지 국익보호 차원의 ‘국민연금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166곳에 이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지분을 7% 이상 보유하고 있는만큼 헤지펀드의 대항마로서 역할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현대차, 포스코 등의 외국인 지분이 44~54%에 달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7~9.1%의 지분을 보유, 단일주주로는 1대주주 다음가는 주주로 등재돼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쌈짓돈이다. 운용수익을 극대화하는 노력과 함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다. 투기자본의 잘못된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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