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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투기자본 방화벽돼야”
전문가들 ‘삼성 합병’ 한목소리
한국경제의 헤지펀드 먹잇감 전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의 합병계획에 반대하며 소송전에 돌입한 데 이어 헤르메스ㆍ메이슨캐피털 등 또다른 헤지펀드들이 삼성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매입중인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무엇보다 헤지펀드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방치할 경우 산업계 더나가 한국경제 전반에 타격이 우려돼 국민연금이 국익보호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투기자본에 대응해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관련기사 8면
삼성물산 서초 사옥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때를 틈타 헤지펀드들이 치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주요 기업 대주주 지분이 줄었는데, 마땅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래서 헤지펀드가 우리 기업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대로라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환출자를 끊고, 내부거래를 축소하려면 계열사 간 합병이 불가피하지만 해외 헤지펀드들이 이를 문제삼으면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오 교수는 그러면서 “재앙을 막으려면 더 늦기 전에 외국처럼 기업들에 포이즌필(Poison Pill) ,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도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같은 주장을 폈다. 정 전무는 엘리엇 펀드가 삼성물산 경영참여를 선언한 사례를 예로 들며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확충해야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업재편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이즌필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일본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 차등의결권주식 제도는 기업의 지배주주에게 보통주의 몇 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오 교수는 “알리바바의 마윈이 미국 상장을 추진한 것도 미국 금융당국이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상장기업의 지분이 7%에 불과했지만 일반 주주의 10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까닭에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 당국도 마냥 팔짱을 끼고 있었던 건 아니다. 소버린 펀드의 SK주식 매집, 아이칸의 KT&G 주식 매집 등 외국계 헤지펀드의 적대적 M&A 또는 경영간섭 시도가 있을 때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주 1 의결권’ 원칙에 위배되고,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재벌구조를 심화한다는 비판 속에 제도 도입은 번번이 좌절되곤 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게류된 채 남아 있다가 회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관련 제도가 도입될때까지 국익보호 차원의 ‘국민연금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166곳에 이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지분을 7% 이상 보유하고 있는만큼 헤지펀드의 대항마로서 역할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윤재섭ㆍ김윤희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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