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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얌체절세 얄밉지만…업무용 둔갑車 막기엔 역부족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개인ㆍ법인사업자들이 수입차 등 고가의 차를 사놓고 이를 경비로 처리해 세금을 덜 내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정부도 이를 시정할 방법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선안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음달 세제개편안이 나오지만 정부는 업무용으로 둔갑한 고가 차량을 단속할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다음달 발표될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업무용 차량의 손비처리 개선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기재부 법인세제과 관계자는 “현재 (업무용 차량 손비처리 개선 관련) 안(案)이 전혀 없는데 세제개편안에 넣고 안 넣고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아무런 안이 없는 상태에서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난센스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자들의 행태가 탈세 수준으로까지 지적되면서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개선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 결과 작년 사업자들이 경비 처리로 얻은 세제혜택은 5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진단이 나와도 처방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업무용 차량으로 구매된 차가 실제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판별하기 어렵다.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만, 업무용인지 사적용인지 실무적 차원에서 분간하는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 기재부 입장이다.

더 큰 걸림돌은 통상 마찰에 대한 우려다. 업무용 차량 절대다수가 수입차인 가운데 정부 규제가 적용되면 해당 수입국 상품에 대한 규제로 비춰질 수 있다. 실제 경실련 조사결과 작년 판매된 업무용 차량 513종 중 510종이 수입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규제가 도입되면 당장 미국과 EU에서 반발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마찰 가능성을 지적했다.

검토보고서에는 “한-미 FTA협정에 반하는 등 통상마찰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배기량이 2000㏄를 초과하는 차량과 그 이하의 차량에게 동일한 개별소비세율을 적용하고, 향후 차종 간 세율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에 기초한 조세를 새롭게 채택하거나 개정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 밖에 우리나라의 최대 차량수입 지역인 EU와의 FTA 협정에 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차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한-EU FTA 협정문 상 자동차 관련 “특정적인 그 밖의 규제조치를 통해 다른 쪽 당사자에게 발생하는 시장접근 이익을 무효화하거나 손상하는 것을 자제한다”고 나와 있어 규제 강화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수입차 중 업무용 차량 비중이 가장 높은 BMW 520d

이에 따라 기재부도 마치 수입차를 겨냥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비춰지지나 않을까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입차만을 대상으로 개선책을 논의하는 것조차 적절치 않다”고 못박았다.

나아가 선박, 항공기 등도 업무 외 비용을 경비로 처리하는데 자동차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대 논리도 제기될 수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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