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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끊임없는 장애아 학폭…‘통합교육’ 갈길 멀다
장애학생 평등교육권 강조불구…현실은 학생·학부모 모두 가시밭길
특수교육 받은 교사 부족도 걸림돌


#.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A(15)양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를 나와 일반 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고등학교도 일반 학교로 진학할 예정이다. A양의 학교생활이 지금까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여기저기 멍든 구석이 보이거나 머리에 본드칠이 되어 집에 돌아온 적도 많았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2차 성징은 활발한데 정신 연령은 유치원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A양을 동급생들이 부자연스럽다고 받아들였는지 왕따와 괴롭힘을 반복한 것. 하지만 A양의 어머니는 “그나마 도와주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어 다행”이라며 “우리 애가 스스로 장애인이라고 자각하지 않고 일반인과 섞여 사는 훈련을 해 강하게 키우려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3학년 학생에 대한 동급생의 폭력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 학생의 평등한 교육권 실현을 위해 강조되고 있는 ‘통합교육’은 학생과 학부모모두에게 고난의 ‘가시밭길’이다.

일반 학생들의 편견과 배려 부족, 장애인에게 열악한 교육환경 등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5월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에는 통합교육을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ㆍ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장애를 앓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는 8만8067명. 이중 일반학교의 일반학급(전일제통합학급)에 다니고 있는 장애 학생은 1만5622명으로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18%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통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덩달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교실 현장은 생각보다 냉혹하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호소다.

‘일반인들과 섞여 사는’ 훈련을 한다는 통합교육의 이상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포기하고 특수학교로 진학시키는 장애 학생 부모들이 많다. 동급생들 사이 왕따도 문제지만, 특수교육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교사의 자질 부족도 또 다른 걸림돌로 지적된다. 중증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B(19)양은 초등학교까지만 통합교육을 받고 특수학교로 옮겨 왔다.

특히 사람을 좋아하던 B양은 5학년 담임교사를 잘 따랐지만 교사가 무관심하게 대했던 것이 상처가 됐다.

B양은 한동안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잤다.

심지어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까지 했고, 결국 그동안 잘 지내왔던 친구들마저 B양을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B양 어머니 김모(50) 씨는 “아이가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릴 줄 아는데 학급 문집에 우리 아이 칸만 빈 칸으로 나와 충격을 받았다”며 “그 때 특수학교로 진학시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특수교육전문가들은 이같은 학교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지만 통합교육의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윤태 우석대 유아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반 학교에서 분리돼 따로 교육받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섞여 사는 훈련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학교”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통합교육이 아직 초기단계라 일반 학교에 특수교육을 받은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학생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어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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